놀이방에 "잠시 맡아달라" 영영 안오는 부모님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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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7일 오후 2시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삼보아파트 313동 101호 '솔지 놀이방' .

38평 아파트를 개조한 이 놀이방(보육시설)에서 천진난만한 어린이 10여명이 놀고 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이지만 표정만은 밝다.

이중에는 초등학생 나이의 어린이도 3명 끼여 있다.

3년전 아버지 손에 의해 이곳에 버려진 崔현(8.가명).민(7)군 형제는 취재진이 놀이방을 찾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엄마, 아빠가 보고 싶다" 며 울음을 터뜨렸다.

24시간 놀이방 형태로 운영 중인 이곳에는 부모가 잠시 맡겨 놓는 척 한 뒤 데려가지 않은 '버려진 어린이' 14명이 머물고 있다.

'놀이방' 이 '고아원' 으로 바뀐 셈이다.

맞벌이 부부 등이 낮동안 아이를 맡기는 놀이방이 자녀를 버리는 곳으로 악용되는 세태가 나타난 것이다.

이 놀이방 정길자(鄭吉子.47.여)원장은 "IMF 이후 이같은 현상이 시작됐다" 며 "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내기 안쓰러워 부모가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키우고 있다" 고 말했다.

15년째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는 鄭씨의 '버려진 아이 돌보기' 는 1997년 7월 현이 형제를 맡게되면서 시작됐다.

IMF가 본격 시작된 98년 3명에 이어 지난해에 8명의 아이들이 이곳에 버려졌다.

이중에는 제대로 걷지 못하는 장애아동도 1명 있다.

鄭씨는 이들 어린이에게 먹일 음식과 옷가지가 부족해 거의 매일 인근 아파트 등을 돌아다니고 있다.

지난해부터 사정이 다소 나아졌다.

낮시간 동안 공공근로자 3명이 설거지.청소를 도와주기 때문이다.

鄭씨는 "소식이 끊겼던 부모가 다시 나타나 8명의 어린이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간 일이 가장 보람스러웠다" 며 "아무리 생활이 어렵다 해도 자식을 버리는 세상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구리〓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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