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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둘째, 체력과 실력 고려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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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호 28면

허승욱 스키국가대표총감독(오른쪽)과 송재헌 한국프로스노보드협회 부위원장이 직접 사용하는 스키와 보드 용품.

국내 스키와 스노보드 인구는 150만~2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스키장은 이용자에 비해 턱없이 적은 16곳에 불과하다. 산은 많지만 스키장으로 만들 만한 곳이 많지 않은 데다 새로운 스키장 개발마저 시들해졌기 때문이다. 규모가 작고 이용자는 많이 몰리는 스키장에선 사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해외의 넉넉한 스키장보다 오히려 국내 스키장에서 몸에 맞는 장비가 더욱 필요한 이유다. 몇 년 전부터는 스키보다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스키장마다 다르긴 해도 몰려드는 사람의 60~70%는 스노보드를 탄다고 한다. 자신의 체력과 실력에 맞게 스키와 스노보드 장비를 마련하는 요령을 지산포레스트리조트 스키스쿨 소속 허승욱 국가대표 총감독과 송재헌 한국프로스노보드협회 부위원장의 도움을 받아 알아본다.

스키·스노보드용품 고르는 법

충돌 때 부츠 잘 분리돼야
스키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남성용·여성용·남녀공용·주니어용·아동용으로, 수준에 따라 초급·중급·고급·레이싱용으로 나눠볼 수 있다. 또 회전 기능이 발휘되는 정도에 따라 숏턴·미들턴·롱턴으로 구분된다. 회전 반경(R)에 따라서도 나눌 수 있는데, 회전용(R<15m)·대회전용(R>17m)·올라운드용(14m<R<17m)이 있다.

길이는 남성 상급 스키어의 경우 회전용은 165cm, 대회전용은 180cm가 적당하다. 여성 상급자는 회전용 160cm, 대회전용 175cm 정도면 알맞다. 조작이나 편안함을 중시한다면 조금 짧아도 괜찮다. 레이스 모델은 경기용이므로 강한 그립, 빠른 반발력을 발생시킨다. 다룰 때는 강한 근력과 기술이 요구된다. 데모 모델은 상급자가 많이 사용하는 스키로 레이스 스키보다 다루기 편하게 만들어 놓았다.

많은 종류의 기술을 익히려는 초보자에겐 올라운드 모델이 적당하다. 스키는 반발력 등에서 차이가 크므로 초보자가 처음부터 꼭 맞는 스키를 고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재 실력에 맞는 스키를 고르고, 그 스키에 적응해 가며 실력을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에 나오는 스키는 대부분 바인딩(부츠와 결합하는 장치)이 붙어 있다. 바인딩에는 충돌 시 부츠를 안전하게 풀어주는 특수장치가 돼 있다. 언제 풀리게 하느냐를 조절하는 수치(DIN)는 스키를 세팅할 때 가장 중요하다. 보통 체중과 같거나 조금 낮게 세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급자 레벨로 올라갔을 때는 약간의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 허승욱 총감독은 “임의로 너무 강하게 세팅하는 것은 위험하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노보드부터 배울 수도
스노보드 핵심 장비는 데크, 부츠, 데크와 부츠를 이어주는 바인딩 등 세 가지다. 이 중 데크가 가장 중요하다. 데크는 스키보다 폭이 넓다. 알맞은 데크를 구입하려면 먼저 알파인(Alpine)과 프리스타일(Freestyle) 중 어느 쪽으로 할 것이냐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은 길이와 강도, 그리고 스타일을 정한다.

알파인은 회전과 스피드를, 프리스타일은 점프대에서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트릭(재주)을 구사하는 데 유리하다. 한국에선 80% 이상이 프리스타일을 선호한다. 송재헌 부위원장은 “스키를 탄 뒤 스노보드를 타고, 스노보드 중에서는 프리스타일을 탄 뒤 알파인을 타야 한다는 말이 있으나 다 근거 없는 얘기”라고 말했다. 알파인의 경우 길이를 선택한 뒤 자신의 실력에 맞는 강도의 데크를 선택해야 한다. 한쪽 방향으로만 타는 것이 원칙이므로 보드의 뒤쪽(테일)은 둥글지 않다. <사진 1>

회전 반경에 따라서 대회전(Giant Slalom)과 회전(Slalom) 종목으로 구분된다. 대회전 종목에 적합한 보드의 길이는 남자 180cm, 여자 170cm이고, 회전 종목에 적합한 보드는 남자 160cm, 여자 150cm다. 보드가 짧을수록 회전반경도 짧아진다는 얘기다. 체중이나 숙련도에 따라 알맞은 보드를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몸집이 큰 사람이 부
드러운 보드를 선택하면 몸무게를 이기지 못해 선회를 부드럽게 하기 어렵다.

프리스타일 보드는 앞과 뒤가 모두 둥글어 양쪽으로 탈 수 있다. <사진 2> 라
이딩을 위주로 하는 보드와 각종 구조물(레일·박스 등)을 이용하는 슬로프스타일(slope style), 알파인과 프리스타일이 접목된 종목인 보더크로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초보자에겐 보드를 세워서 턱 부근까지 오는 정도의 길이가 적당하다.

부츠를 데크에 부착시키는 장치인 바인딩은 각도에 따라 흔히 스퀘어(square)·덕(duck)·포워드(forward) 방식으로 세팅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왼발잡이냐 오른발잡이냐 하는 ‘스타일’이다. 스타일은 크게 왼발이 진행방향으로 가는 레귤러(Regular) 방식과 반대인 구피(Goofy) 방식이 있다. 90% 이상이 레귤러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꼭 오른발잡이(레귤러)인 것은 아니다. 스케이트 보드나 퀵보드를 타보면 자신이 어느 쪽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동호회 공동구매가 가장 저렴
스키 부츠를 처음 신는 사람은 고통을 겪는다. 잘 맞지 않아서다. 단순히 부츠를 신어서 길이 및 볼륨을 점검하는 것보다는 아예 이너부츠(내피)를 빼서 아웃셸(외피)에 발을 직접 넣어보고 맞춰보는 것이 정확하다. 물론 신고 벗을 때 부담이 없어야 한다. 꽉 조이는 것보다는 발가락 부분에 약간 여유가 있는 부츠가 낫다. 뒤꿈치와 발목을 잘 잡아주지 못하면 조정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이너부츠를 빼내고 아웃셸에 발을 넣어 봤을 때 앞뒤 공간은 1~2cm, 좌우 공간은 뒤꿈치를 아웃셸의 뒤쪽에 붙였을 때 발 움직임이 가능한 정도면 무난하다. 기성제품이 내 발에 100% 맞을 수는 없다. 발에 맞게 부츠를 맞춰주는 피팅 전문점을 이용하면 발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피제이튠 송정규씨는 “부츠를 잘 선택하더라도 발에 안 맞는 경우가 있어 공간이 생기거나 특정 부위가 닿을 수 있으므로 기능성 깔창을 깔거나 부츠를 적절히 성형해 발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신었을 때 무릎을 너무 구부리거나 엉덩이를 뒤로 빼는 자세가 나온다면 그런 부츠는 피하는 게 좋다.

스키·스노보드 용품은 대부분 외국산이다. 오스트리아·일본·미국 제품이 주류다. 가격은 환율에 따라, 유통 경로에 따라 천차만별이므로 몇 군데를 비교해 보고 사는 게 좋다. 요즘은 인터넷 구매가 인기다. 인터넷 동호회의 공동구매를 이용하는 게 가장 저렴한 편이다. 초보자를 겨냥한 세트 상품도 가격 면에서는 경쟁력이 있다. 다만 원산지나 생산 연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오래돼 변형됐거나 짝퉁인 것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월상품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므로 비싼 것만 고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전문가와 상의할 때는 예산과 자신의 선호, 체력조건을 명확히 하는 게 좋다. 초보자라면 굳이 비싼 제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스키용품 판매업체 원스키(1ski)의 이종현씨는 “낮은 가격대로 사더라도 스키 50만원, 부츠 30만원, 폴(막대기) 4만원, 고글 10만원, 비니(모자) 5만원, 헬멧 15만원, 국산 스키복 30만원, 양말 1만원 등 초기 비용만 100만원 이상 든다”고 말했다. 비싼 것으로만 장만하려면 1000만원도 모자란다. 송 부위원장은 “옷이나 장갑보다는 핵심 장비를 더 좋은 것으로 고르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스노보드의 경우 60만원 선이면 중급 수준 이상의 데크·부츠·바인딩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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