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놓고 여야 3당·시민단체 줄다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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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여야 3당과 시민단체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핵심은 시민단체의 사전 선거운동과 선거운동 방법.

여야가 지난달 말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의 골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에만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선거운동을 허용한다" 는 것이다.

이익단체에는 전경련.의사회.약사회 등 업종별 단체와 산업별 단체가 포함됐다.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선거참여도 허용됐다.

다만 ▶계모임.향우회 등 사조직▶바르게살기운동본부 등 국가보조금을 받는 단체▶국가와 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은 금지된다. 이는 기존 선거법에서 노동조합을 제외한 단체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87조만 일부 수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총선연대.경실련은 "여론에 밀려 개정하는 시늉만 낸 것일 뿐 실제로는 국민의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다" 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가 개정을 요구하는 조항은 87조 외에도 59, 90, 101, 254조 등이 있다. 이는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운동방법 및 위반시 처벌에 관한 조항이다. 여야는 물론 이들 조항에 손댈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도 낙선운동의 합법성과 관련된 것이어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불법을 감수하겠다" 고 천명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관련 조항이 개정된다면 더이상 '불법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총선연대는 우선 87조에 대한 여야 합의안에는 동의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익단체들의 선거운동이 허용돼 금권.타락선거가 우려된다는 세간의 비판에는 "과열.혼탁선거는 시민단체의 선거개입 이전부터 있었던 문제이며,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공정선거를 위한 감시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침으로써 선거판이 혼탁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는 논리다.

그러나 '사전선거운동 금지' 에 대해서는 "순수 유권자 운동이므로 허용하라" 고 주장한다. 총선연대 상임집행위원 백승헌 변호사는 "시민단체의 공익적 선거참여는 정당 또는 후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하는 선거운동과 분명히 다르다" '며 "유권자운동을 사전선거운동으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고 지적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선거참여 방법도 쟁점. 여야는 현행대로 시민단체의 낙천.낙선운동을 허용하되 언론이나 자체 회보 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선관위는 지난달 30일 서울역광장 집회를 근거로 총선연대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선거운동 방법을 규정한 선거법 93.94조 등 10여개 조항을 개정해 공익적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집회.가두서명.광고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실련 박병옥 정책실장은 "시민단체의 선거참여는 주권자인 국민을 상대로 한 활동" 이라며 "직접 의사전달 수단인 집회와 서명운동 등을 금지하는 것은 명목상 선거참여를 인정하면서도 실제로는 시민단체의 수족을 묶는 것이나 다름없다" 고 비판했다.

정치권은 "시민단체와 후보자 진영간의 물리적 충돌이 우려된다" 며 집회를 허용하지 않을 심산이다. 이에 대해 총선연대는 "웬 걱정이냐" 는 표정이다. 제도적으로 집회시간과 장소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집시법을 준수토록 하면 충돌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총선연대를 비롯해 경실련.공선협 등은 시민단체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위헌소송과 함께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 며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또한 양보할 기미가 별로 없다. 관건은 여론. 서로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설연휴 이후 낙천리스트에 이어 또 한차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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