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콜금리 내린 뒤 '기업대출 되레 감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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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통화 당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인하했지만 기업대출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계대출은 휴가비나 학자금 수요 등 계절적 요인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콜금리를 낮춘 지난달 은행의 기업대출은 중소기업 대출 부진으로 전달의 2조6498억원 증가에서 3786억원 감소로 반전됐다. 대기업 대출은 늘었지만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기업대출은 지난달 1~11일엔 3000억원 정도 늘었다가 콜금리를 낮춘 12일 이후 7000억원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또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는 가운데서도 기업은 회사채를 7월에 1조1531억원 갚은 데 이어 8월에도 1조7281억원어치를 순상환해 빚을 줄이는 데 주력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금융시장국 김인섭 차장은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은 은행이 부실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 있고, 자금이 남는 대기업은 쌓아둔 자금으로 회사채를 갚고 있어 기업으로 돈이 흐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대출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으로 가계대출은 8월 중 3조413억원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조1199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이 1조9214억원 증가했다. 가계대출 증가폭도 콜금리 인하 전보다 인하 후에 더 컸다.

한은 관계자는 "8월에는 학자금과 휴가비 대출 수요가 몰려 마이너스통장 대출이 크게 늘어난다"며 "올 8월에는 저소득층의 생활비 자금수요도 늘어 증가 폭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콜금리 인하 이후 은행에서 3조9497억원이 빠져나간 반면 투신사에는 3조8897억원이 새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계정에서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에서 돈이 많이 빠져나간 반면 정기예금은 2조7601억원이 늘었다. 콜금리 인하로 갑자기 돈이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지난달 특판예금 형식으로 고금리 상품을 집중적으로 팔았기 때문이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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