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갈현동 그린벨트가 들썩인다는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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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경기도 과천시 갈현동~안양 간 그린벨트 땅값이 심상찮다. 개발이 제한된 곳인데도 2~3년 새 두 배 이상 치솟았고 최근에도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60평 건물이 딸린 전원주택지가 10억원이 넘는데도 조금만 싸게 나오면 곧바로 팔린다.

과천 주공아파트 단지와 가까운 입지 여건 때문에 꾸준히 올랐지만 최근엔 각종 개발 기대감이 보태져 상승세가 커졌다고 현지 중개업계는 말한다. 과천에서 10년 넘게 중개업을 한 정모씨는 "서울 강남을 대체할 신도시가 갈현동 일대에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과 그린벨트 해제설 등이 돌면서 투자자들의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개발 소문의 실체는=갈현동 일대에서 거론되는 개발 재료는 ▶지식정보타운 건설 ▶강남 대체 신도시 건설 ▶그린벨트 해제 ▶전철역사 건설 등이다. 지식정보타운 건설은 실체가 있다. 과천시는 2006년까지 갈현동 그린벨트 50만 평에 지식정보타운을 조성하기로 하고 지난해 6월 국토연구원.경기개발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맡겼다. 지난달엔 수용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그러나 강남 대체 신도시 조성과 그린벨트 해제설은 소문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 관계자가 성남 서울공항과 함께 갈현동~안양 간 그린벨트를 강남 대체 주거단지로 개발할 여지가 있다고 말한 게 주민들의 기대감을 부풀렸다. 과천시 원문동 P공인 관계자는 "과천 전체 면적의 92%가 그린벨트여서 주거단지를 만들려면 이를 풀어야 할 것이라는 말이 그린벨트 해제설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천은 군부대가 많아 신도시 건설이 쉽지 않다고 본다. ㈜모아아키 장현수 대표는 "관악산과 중앙동에 20여 년 전부터 통신사령부.통신부대가 자리 잡고 있어 부대가 옮겨가지 않는 한 신도시 조성은 만만찮다"고 지적했다. 지하철 4호선 정부종합청사역과 인덕원역 사이에 갈현역(가칭)이 들어설 것이라는 소문도 심심찮게 나돈다.

◆기대감으로 호가 강세=여러 개발 소문은 땅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도로변 논밭은 평당 130만~200만원에 이른다. 위치가 좋은 곳은 평당 300만원에 거래된 적도 있다고 한 중개업자가 귀띔했다. 과천시 중앙동 대영공인 관계자는 "도로.전철.환경 등에서 나무랄 데가 없어 주거단지로 개발되면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지는 평당 500만~800만원 선. 건평 60평짜리(대지 150~200평) 전원주택지를 사려면 10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 임야도 평당 60만~80만원을 부른다. 별양동 C공인 관계자는 "전원주택은 실제 거주 목적이 많고, 땅은 100~200평을 사서 오래 묻어두겠다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며 "시세보다 조금만 싸게 나오면 1~2주 안에 팔린다"고 말했다.

◆변수는 없나=전문가들은 갈현동의 경우 신도시 건설 등의 재료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땅의 가치가 크게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평가한다. 위치가 좋아 부동산 수요가 꾸준하고, 그린벨트 상태에서도 외지인은 건평 60평, 원주민은 90평까지 2층짜리 집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나도는 개발설을 믿고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그린벨트 내 농지를 구입할 경우 전 세대원이 과천에 6개월 이상 살아야 한다. 간혹 현지인의 이름을 빌려 위장전입한 뒤 농지를 사기도 하지만 최근엔 단속이 강화돼 위험하다고 현지 중개업자들은 경고했다.

개발을 원하는 주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과천시 갈현동 가일마을 주민들은 쾌적한 환경이 개발이익보다 소중하다며 개발을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과천 그린벨트 가운데 10곳의 집단취락지구(20가구 이상 3000가구 미만이 모여 사는 곳)가 우선 해제됐는데, 가일마을은 주민들이 원치 않아 해제 대상에서 빠졌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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