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반대 명단파문] 1백인 유권자위원회 김정자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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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오늘 우리는 정치의 주인인 국민이 정치에 대한 감시자로 나서겠다는 역사적 선언을 했습니다."

환갑의 나이에도 총선연대 '1백인 유권자위원회' 의 대표를 맡아 24일 기자회견장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정치권과 국민들께 드리는 호소문' 을 낭독한 김정자(金貞子.60.서울 은평구 응암동)씨.

"부패 정치인을 시민의 크나큰 힘으로 심판하겠다" 며 총선연대에 참여한 그는 다섯살 난 손녀의 재롱이 삶의 낙인 평범한 시민이다.

시민단체의 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한 그는 "이번 총선만큼은 시민의 손으로 정치판을 바로잡아 손녀에게 살기 좋은 나라를 물려주고 싶었다" 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그는 '1백인 유권자 위원회' 참여 시민중 최연장자였기 때문에 대표로 선정됐다.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공천반대 명단에 신뢰성을 주고 참여를 이끌기 위해서는 나이 지긋한 그가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1977년 여행사를 하는 남편을 따라 홍콩으로 이주한 뒤 98년 귀국한 그는 동네 교회에서 목회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22년 동안의 홍콩 생활에서 그는 정치 선진국인 영국의 영향을 받아 정부에 무엇인가를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홍콩 시민들의 태도에 많은 교훈을 받았다고 한다.

기자회견을 끝마치고 1백인 유권자위원들과 함께 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4.19 이야기를 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국민은 살아있다' 라고 말한 사실을 정치인들은 기억해야 한다. 훌륭한 대통령은 국민이, 뛰어난 사장은 사원이, 독실한 목회자는 교인들이 만든다는 것은 영원한 진리다. "

이야기 도중 기자회견 TV 생방송을 본 며느리와 손녀로부터 연신 전화가 걸려왔다.

그 전화에 따뜻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金씨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웃의 모습이었다.

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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