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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경출신 40대 경감 경찰대출신 제치고 수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난 16일 실시된 경찰 경정 승진시험 결과 순경 출신 경감이 경찰대학과 간부후보생 출신들을 제치고 수석을 차지했다.

올해 만 48세인 경찰청 감찰과 정광록(鄭光祿.사진)경감은 1백89명이 응시, 84명을 뽑은 시험에서 1백점 만점에 89점을 얻어 일등을 했다.

그는 앞서 1996년 경감시험 때도 서울경찰청에서 수석을 차지한 바 있다.

통상 합격자는 물론 수석도 대부분 30대의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인 상황에서 鄭경감의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경찰청 인사과 관계자는 "일년에 절반 이상 출장가는 감찰 업무를 빼어나게 하면서도 1위를 한 것은 대단한 일" 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의 사무실에는 "힘을 얻었다" "나도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 "좋은 자극제가 됐다" 등 일선 순경출신 경찰관의 축하와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고교 졸업후 헌병으로 군생활을 했던 그는 "헌병과 경찰이 닮은 데가 많다" 고 느껴 78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문, 감찰.조사.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

그가 승진시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82년이었다.

여기저기 치여 순경 출신으로는 제대로 승진하기 힘든 현실 때문이었다.

이후 좋아하던 술을 끊고 업무에 방해되지 않는 자투리 시간과 밤시간을 이용해 공부를 시작, 경장.경사.경위 등 매번 시험으로 승진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특히 경정시험을 앞두고는 지방 출장때 여관방에서 함께 자는 동료를 깨우지 않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 화장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는 "기쁨보다는 힘든 처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고 밝혔다.

그는 이달말 경정급 전보인사에서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 과장으로 나갈 예정이다.

鄭경감은 총경 승진에는 시험이 없는 점을 염두에 둔 듯 "우선 열심히 근무하고 술도 한두잔

정도는 하겠다" 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부인 金여덕(45)씨와 1남 2녀.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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