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예우'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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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주당 당직인선을 계기로 중진급 물갈이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물론 지역구에 "공천도 위험하다" 는 소문이 퍼져 애를 먹고 있다.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이종찬(李鍾贊)전 국민회의 부총재는 22일 오후 청와대 한광옥(韓光玉)비서실장과 민주당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었다.

일부 언론에서 민주당 지도.당무위원 인선에서 자신을 포함한 중진급 의원들을 배제한다는 보도를 보고 화가 났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李전부총재가 '지구당(서울 종로) 조직을 겨우 안정시켜 놓았는데 선거를 망칠 작정을 한 거냐' 는 내용의 항의를 했다" 고 전했다.

김상현(金相賢)전 고문의 반응은 약간 달랐다.

그는 23일 "지도위원을 누가 하느냐보다 총선에서의 안정의석 확보가 더 중요하다" 며 "선거주도권을 잡기 위한 당 지도부의 전략적 측면도 있는 것 아니냐" 고 반문했다.

그는 여권 수뇌부가 선거 이슈를 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중진 물갈이설을 흘리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당 관계자는 23일 "중진급들이 상당수 당직에서 배제된다는 소문이 나도는 등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 전했다.

여권이 당직인선 발표를 24일(총선연대의 낙천운동 대상자 발표)이후로 미룬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러면서 부총재급인 지도위원(15명 이내)자리를 놓고 신경전이 치열하다.

차세대 이미지를 지닌 김근태.노무현(盧武鉉)의원과 지역안배 케이스로 유재건(柳在乾).장을병(張乙炳)의원, 영입인사 몫으로 김중권(金重權)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 의해 '공천 부적격자' 로 손꼽힌 李전부총재 등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23일 "지도.상무위원 명단은 확정되지 않아 전혀 근거없는 얘기" 라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이양수 기자 yas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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