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종금 대우에 1조 콜자금 중개 채무동결로 '좌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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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나라종금이 영업정지를 맞게된 가장 큰 이유는 한때 대주주였던 대우그룹 계열사들에 중개한 콜자금 때문이다.

나라종금은 대한투신이 대우 계열 금융회사인 다이너스클럽과 대우캐피탈에 1조원대의 콜자금을 제공하는 데 중개역할을 했다.

그러나 다이너스클럽 등이 워크아웃 대상에 들어가면서 기존 채무가 동결됨에 따라 나라종금은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됐다.

나라종금은 이후 대한투신을 상대로 소송 제기를 검토하는 한편 3천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각, 유동성을 확보하는 자구책을 마련 중이었다.

최근에는 당국에 공적자금 지원도 요청했으나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 당국에 의해 결국 영업정지를 맞게 됐다.

어찌됐든 이번 조치로 일반 고객들은 빨라야 3월말에나 예금을 찾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금감위는 어음관리계좌(CMA) 가입고객의 경우 98년 7월말 이전에 가입했으면 원리금 전액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1998년 8월 이후 가입자는 ▶2천만원이 넘을 경우 원금만▶2천만원 미만은 원리금 포함해 2천만원까지 예금보험공사에서 대지급을 해주게 된다고 밝혔다.

현재 나라종금의 최대 주주는 패션업체인 ㈜보성어패럴. 보성측은 1997년 가을 이 회사 지분 16.3%를 사들여 최대 주주가 됐다.

종금사가 영업정지를 당한 것은 지난해 4월 대한종금 이후 9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외환위기 직후 종금사들이 무더기로 영업정지를 거쳐 인가취소를 당한 후 대한종금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조용하던 종금업계에 다시 나라종금 파장이 몰아치게 됐다.

당국도 영업정지를 내리면서 다른 종금사에 불똥이 튈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자칫하면 겨우 안정을 되찾아가는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파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감위는 20일 영업정지 발표를 하면서 다른 종금사에는 문제가 없으며, 설사 예금인출 요구가 몰려도 감당이 가능하도록 은행이 종금사 보유 국공채를 사주고 필요시 자금지원도 충분히 하도록 한다는 보완조치를 함께 발표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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