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지금이냐" 정치권, 병무비리 내사로 뒤숭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치권이 뒤숭숭하다.

병무비리 관련 여야 의원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내사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물론 공동여당인 자민련도 총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 내사설이 나오는 배경에 대해 의혹을 감추지 않았다.

◇ 한나라당〓21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선 경계발언이 속출했다.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은 회의 후 "김대중 대통령이 신당 창당 행사장에서 병무비리 근절을 강조한 바로 그날 청와대 관계자가 내사 얘기를 꺼낸 의도에 주목한다" 면서 "여권이 병무비리를 불순한 목적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강력히 대응하겠다" 고 말했다.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회의결과 발표에서 "반부패국민연대는 '사회지도층 인사 21명에 대한 병무비리 수사가 외압 때문에 중단됐다' 고 발표한 바 있다" 며 "누가 수사중단을 가한 주역인지 정부.여당이 밝혀야 할 것" 이라고 강조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박주선(朴柱宣)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국방부.검찰.경찰 합동수사반을 편성해 조사하다가 별 게 없어 내사종결한 것으로 안다" 며 뒤늦게 흘리는 저의를 의심했다.

박세환(朴世煥)의원도 국회 본회의 5분발언을 통해 비슷한 주장을 폈다.

◇ 자민련〓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논평에서 "병무비리 만큼은 발본색원돼야 마땅하다" 면서도 "시점 때문에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고 지적했다.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은 "여권이 인민재판식 사정몰이는 하지 않기로 했는데 왜 옛날 것을 다시 끄집어내는지 모르겠다" 며 "총선에서 민주당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민주당〓서영훈(徐英勳)대표는 "한나라당이 안보문제를 제기하니까 金대통령이 병무비리 근절을 강조한 것 아니겠느냐" 며 "병무비리는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고 강조했다.

이상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