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바게트는 호텔 베이커리만 소규모로 생산하고 있었다. 이를 대량 생산해 가맹점에 공급하려면 시간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 원래 수분이 적은 빵이어서 구운 후 네 시간이 지나면 주위의 수분을 빨아들여 쭈글쭈글해지고 질겨져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초기엔 본사에서 구워 하루에 몇 번씩 트럭으로 여섯 곳의 가맹점에 날랐지만 대중화하기엔 물량이 부족했고, 비용도 많이 들어갔다.
생각다 못한 파리바게뜨는 84년부터 식빵과 단팥빵 등 일부 빵에 적용하던 ‘휴면 생지’ 기술을 도입해 보기로 했다. 빵을 굽기 전 발효한 반죽 단계에서 발효를 멈추게 한 후 이를 가맹점에 보내 직접 굽게 하는 방식이다. 바게트는 휴면 생지를 만드는 일이 다른 어떤 빵보다 힘들었다. 다른 빵과는 달리 설탕이나 크림·과일 같은 다른 재료의 도움 없이 밀가루·소금·이스트·물의 단순한 재료 네 가지만 섞어 맛있는 생지(밀가루 반죽)를 만들어야 했다. 또 생지를 만든 뒤에도 이를 냉동하고 해동하는 절묘한 온도와 습도를 알아내는 일이 난제였다.
겉과 속의 발효 정도가 달라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해진다는 점이 더 힘들었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이명구 부사장은 “수많은 생지를 만들었다가 냉동한 후 해동시켜 봤지만 온도와 습도가 맞지 않아 빵이 아닌 수제비가 돼 버리거나, 속이 쫄깃하지 않고 겉은 눅눅한 빵이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었다”고 회고했다.
영하 18도의 온도에서 생지를 급속 냉동한 다음 적정 온도와 습도에서 해동하면 된다는 사실을 알아내는 데 1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어떤 온도와 습도에서 해동하는지는 기업 비밀이다. 이렇게 86년 나온 바게트는 첫 해 한 달 1000여만원어치가 팔려 나갔다. 지난해엔 280억원어치가 팔렸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