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노인들에 베이글 빵 전하는 김우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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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인천시 연수구 동춘1동 사회복지법인 영락원이 운영하는 치매노인전문요양소. 오갈데 없는 치매노인 1백7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곳이다.

이곳에는 한달에 한두차례 '베이글(Bagel)' 이란 빵이 전달된다.

쫄깃쫄깃하고 소화가 잘 돼 치아가 부실한 치매노인들에게는 인기가 대단하다.

고아.정신지체자.노숙자 등 1백10명이 모여사는 시흥시 신천동 '베다니의 집' 에서는 이 빵을 맷돌처럼 생겼다고 해서 '맷돌빵' 이라 부른다.

인천시 남동구 간석3동 엠파이어 베이글스의 김우경(金祐慶.43)사장은 1997년부터 4년째 불우한 이들에게 베이글 빵을 전달하고 있다.

그가 영락원과 베다니의 집 사람들을 위해 '사랑의 빵 전령사' 를 자원하고 나선 것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가 '베이글맨' 으로 변신한 것은 1995년말.

미국 뉴욕 플로싱에서 베이글 빵을 굽고 있는 셋째 형을 찾아가 제빵 기술을 배우고 돌아온 金씨는 1996년 11월 자본금 2억원으로 빵 공장을 차렸다.

그는 "베이글은 원래 유태인들이 주식으로 먹던 빵으로 미 동부지역에선 아침식사 메뉴일 만큼 대중적" 이라며 "당일 만든 빵만 팔고 남는 것은 곧바로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모아서 불우시설에 전달하고 있다" 고 밝혔다.

베다니의 집에서 일하는 조 드보라(34.여)씨는 "온정의 손길이 뜸해진 요즘 배고픈 사람들에게 한번에 2백~3백개씩 빵을 무료로 제공해줘 매우 고맙다" 며 "치매가 심한 노인들이지만 빵맛 만큼은 잊지 못한다" 고 말했다.

1998년 여름 강화도 집중호우 때 수재민들에게 자신이 만든 베이글 빵 1천개를 보내주기도 했던 그는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결식아동들에게도 큼직한 베이글 빵을 전해주고 싶다" 며 환하게 웃었다.

인천〓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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