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획정위 역할 논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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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대 총선의 선거구를 금긋는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구성을 앞두고 국민회의.한나라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의원정수, 지역구 의원 비율, 선거구 인구 상.하한선, 인구산정 시점 등이 얽히고 설켜 한가지 변수를 바꿀 경우 모든 것이 헝클어지는 선거구 조정의 특성 때문이다.

◇ 위원 구성〓총 7인의 위원 중 4인은 법조계.언론계.학계.시민단체 인사로 3당이 합의했다.

당초 국민회의는 시민단체 대신 주무기관인 선관위 인사를 포함시키자고 했으나 한나라당이 "전례가 없다" 며 반대, 선관위측은 실무지원단에 넣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시민단체와 학계.전문가가 포함되는 획정위를 구성하자" 며 최근 시민단체 쟁탈전에 적극적으로 나선 기류를 위원 구성에도 반영한 셈이다.

특히 정당대표 3인이 포함돼 여야의 동의없이는 의결정족수(3분의2, 5명)를 넘지 못하는 등 벌써 민간위원들이 들러리 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획정위 역할 논박〓국민회의는 "시간이 촉박하다" (박상천 총무)며 의원정수, 지역구대 비례대표 비율, 인구 상.하한선 등 큰 틀은 설정해주고 개별 선거구만 위원회가 칼질을 하도록 끌어간다는 내부전략이다.

위원회에서 지역구를 줄이자고 할 경우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호남 선거구가 우선순위로 감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선거구 인구 하한선을 현 7만5천명에서 8만명으로 올릴 경우 전북 임실-순창(7만5천명), 고창(7만6천명), 곡성-구례(7만6천명), 충남서천(7만8천명)등 공동여당 의석이 네곳이나 없어지게 된다.

9만~27만명으로 조정되면 여야의 잠정합의안에 비해 호남이 5곳, 충청이 3곳 줄고 영남은 오히려 1곳이 느는 최악의 구도까지 나올 수도 있다.

한나라당은 반면 "의원정수.지역구 의원 비율 등 모든 사항을 위원회에 일임하자" 고 맞서고 있다.

인구수가 많은 영남지역이 기반인 야당으로서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인 때문. 반면 선거구 인구산정 시점을 선거법에 충실하게 '최근 시점' (지난해 12월 말)으로 할 경우 부산남구, 창녕이 통폐합대상이 될 수 있어 실제 위원회에서는 각당의 치열한 머리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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