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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왕도깨비전'여는 하버드대 출신 조자용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도깨비는 잡신이 아니라 귀신을 쫓고 복을 갖다주는 우리 민족 고유의 자산입니다. "

대전시 유성구 대전무역전시관에서 '왕도깨비전' (오는 2월 13일까지)을 열고 있는 조자용(趙子庸.75.충북 보은군)옹. 기획에서부터 전시물 배치, 관람객 안내 등을 혼자 도맡아하지만 도깨비의 '참모습' 을 알린다는 즐거움에서인지 연신 싱글벙글이다.

흰머리에 흰수염으로 산신령을 연상시키는 趙옹의 경력은 다소 이채롭다.

1947년 미국으로 유학가 하버드대에서 구조공학 석사를 따고 1953년 귀국했다.

그후 건축사로 일하던 趙옹이 취미삼아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1959년. 우선 신라시대 기와장 수집에 착수했으나 여기에 새겨진 문양이 대부분 인도 등에서 온 외래 불교문화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던 중 도깨비가 새겨진 귀면(鬼面)기와를 발견하곤 한국 도깨비의 원형을 찾겠다는 결심을 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주말 등을 이용, 도깨비 흔적이 남아있다는 민화(民畵)와 설화를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1968년 아무도 눈여겨 보지않았던 민화와 민속용품을 수집해 서울화곡동에 에밀레박물관을 세웠고, 다음해에는 민속극 대가인 심우성(沈雨晟.65)옹 등과 함께 민중문화를 연구하는 '민학회' 를 세웠다.

趙옹을 비롯한 민학회원들의 노력으로 그림으로도 쳐주지 않던 민화가 대접받기 시작했고, 장승.풍물.무당굿 등 민중문화가 부활의 흐름을 탔다.

趙옹은 1983년 또한번 변신을 했다.

에밀레 박물관을 정리하고 속리산에 입산한 것. 박제된 모습이 아닌 체험속에서 거듭나는 민중문화를 구현하기 위해서였다.

속리산 자락에 전통문화 체험장인 삼신사(三神祠)수련장을 만들었다.

1만5천평 광장에 도깨비 장승.목조벽화를 세워 도깨비 문화 부활운동에 적극 나섰고, 이번 전시회도 그 일환이다.

"한국.중국.일본 3국의 도깨비 중 유독 한국 도깨비만이 인간과 친합니다. 중국.일본의 것은 사람을 죽이는 형상을 하고 있으나 우리 것은 그렇지않죠. 이웃과 더불어 사는 우리 도깨비와 함께 새천년을 열어가길 바랍니다. "

꼬마 관람객들에게 손짓발짓해가며 설명하는 '도깨비 박사' 의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대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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