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잡아먹는 패스트푸드…버거킹서도 도서상품권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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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주부 金모(42)씨는 며칠 전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에게 "직접 책을 골라 읽으며 새 천년을 설계해 보라" 며 1만원짜리 도서상품권 두장을 선물했다.

하지만 金씨는 아들이 책은 한권도 사지 않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값으로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너무나 황당했다.

1991년 서적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된 도서상품권이 최근 일부 패스트푸드점에서 '음식권' 으로 둔갑하고 있다.

도서상품권을 발매하는 ㈜한국도서보급이 지난해 11월 KFC.버거킹 등 패스트푸드 업체 두곳과 음식값을 도서상품권으로도 지불할 수 있도록 협정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국도서보급측은 "최근 도서상품권 시장이 크게 위축돼 자구책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며 "앞으로 피자헛.파파이스.롯데리아 등으로 그 대상을 확대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12일 서울시내 한 KFC점에서 도서상품권으로 음식값을 낸 尹모(10.초등3)양은 "작은 아버지께서 책을 사라고 주신 것이지만 치킨을 사는데 써도 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이 매장 관계자는 "하루평균 매출액의 1% 가량이 상품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고 말했다.

어린이도서연구회 이희정(李姬政.44)사무총장은 "아이들에게 도서상품권을 권하는 것은 원하는 책을 골라 읽으라는 의도" 라며 "양서보급 확대라는 도서상품권 취지가 변질될 수 있다" 고 우려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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