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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 다한 박근혜 … 소통 나선 정운찬 …TF 만든 정몽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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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종시법 수정 논란의 한복판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정몽준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가 서있다. 이들의 말 한마디와 발걸음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다.

박근혜 전 대표는 8일 오후 서울 경희궁을 찾아 청소년 150여 명과 함께 문화재 보호활동을 벌였다.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방문객수가 900만 명을 돌파한 것을 기념하는 이벤트였다. 1시간30분가량 경희궁 경내를 청소한 박 전 대표는 “청소년들이 어린 나이부터 문화재 보호에 관심 갖고 노력하는 것은 정말 뜻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세종시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박 전 대표는 “경희궁에서 그런 말씀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으냐”며 웃어넘겼다.

측근들은 “이미 박 전 대표가 할 말은 다 했기 때문에 당분간 세종시 논란에 직접 나서는 일은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렇더라도 세종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인식이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5일 박 전 대표가 본회의장 의석에서 과거 한나라당 인사들이 세종시 추진 약속을 했던 발언록을 살펴보던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여기엔 2007년 이명박 대통령이 “행복도시는 계획이 확정됐기 때문에 차질 없이 잘 추진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지난해 박희태 전 대표가 “행복도시는 역사적 사실이고 누구도 방해할 수 없다”고 했던 자료 등이 들어있었다.

정운찬 국무총리는 11일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대로 당정 협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고위 당정회의는 원활한 국정 운영과 여당과의 협력을 위해 총리공관에서 주기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정 총리가 취임한 이후에는 상견례를 겸한 비공식 만찬 외엔 열린 적이 없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 중 정몽준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면담을 하고 조만간 총리 공관에서 첫 당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정 총리 측은 불발된 박근혜 전 대표와의 면담도 계속 추진 중이다. 수도권 출신의 친박계 의원을 통해 박 전 대표 측에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또 세종시 원안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과 간담회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9일 국토연구원·KDI·행정연구원 등 세종시 문제와 관련된 3개 연구기관의 장을 초청해 “자족기능 보완과 행정 효율화 등에 대해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이번 주에 대표 직속으로 세종시 논의를 담당할 태스크포스(TF)를 띄우기로 하고 팀장에 4선 정의화 의원을 내정했다. 정 대표는 8일 정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위원 및 확대당직자 간담회를 열고 ‘세종시 TF’의 구성 방식과 역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관련, 정 대표는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친박계 의원들을 TF에 참석시키는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특위 구성은) 나와 의논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친박계 유정복 의원이 전했다. 정 대표는 전날 인천 계양산에서 산행을 하던 중 언론과 만나 “송도가 민간 자본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도시개발 측면 등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 대표가 세종시 모델로 송도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정하·백일현·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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