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리포트] 급성 요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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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뇨장애는 생명을 다투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요실금이 그렇다. 시시때때로 오줌을 지려 불쾌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배뇨장애 중에는 응급실에 실려가는 다급한 질환도 있다. ‘급성 요폐’다.

급성 요폐는 오줌길이 막혀 소변이 나오지 않는 병이다. 방광이 소변으로 가득 차 풍선처럼 부풀어도 소변을 볼 수 없어서 부랴부랴 응급실을 찾는다.

최근 배뇨장애요실금학회에서 2008년 1년 동안 9개 대학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1만 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8.4명이 급성 요폐 환자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57%, 여성의 66.7%는 재발성 급성 요폐였다. 또 전체 환자의 50%는 이미 배뇨장애 질환을 치료받은 경험이 있었다. 이는 급성 요폐가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치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기과 김영호 교수(학회 홍보이사)는 “급성 요폐를 방치하면 방광의 압력이 높아져 소변이 역류하고 이로 인해 콩팥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급성 요폐의 원인은 다양하다.

노년의 남성에겐 전립선비대증이 주요 원인이다. 전립선이 커져 요도를 압박한 상태에서 과음, 또는 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소변길이 아예 막힌다. 감기약도 문제를 일으킨다. 약에 함유된 항히스타민제가 방광입구와 전립선 주변의 평활근을 수축시키는 것. 이 밖에도 전립선암이나 변비·당뇨병·수술 부작용·통증·심리 상태 등도 원인 제공자다.

반면 전립선이 없는 여성은 주로 방광염이나 출산·산부인과적 수술 등에 의한 요도 폐쇄가 많다. 응급실에선 요도에 도뇨관을 삽입해 인위적으로 소변을 빼낸다. 이후 원인 질환을 밝혀내 치료를 한다. 비뇨기과적인 요인뿐 아니라 동반질환이나 복용 약물·수술 부작용 등 위험인자를 찾아내 없애준다.

치료 후 방광 기능이 회복하질 않아 소변줄기가 약하고 잔뇨가 많이 남을 땐 장기간 약물을 쓰고, 자가 도뇨관삽입술로 잔뇨를 제거해야 신장손상을 막을 수 있다.

대한배뇨장애요실금학회 김덕윤 회장(대구가톨릭대 비뇨기과 교수)은 “급성 요폐를 예방하기 위해선 추위를 피하고, 과도한 음주를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 전립선 주변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온수 좌욕을 하고, 이뇨 작용을 촉진하는 커피나 홍차·콜라 등 카페인 음료는 자제한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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