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카지노들 "우린 망하란 소리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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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서울.부산지역에 카지노 신규 허가를 내 주기로 하자 제주도 내 카지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주지역 8개 카지노는 "기존 업체도 적자가 쌓이는 판에 카지노를 늘려 생존권을 위협하려 한다"며 정면 대응에 나설 태세다.

'제주지역 카지노 생존권 확보를 위한 투쟁위원회'(위원장 윤희창 한국카지노협회 상근부회장)는 최근 성명을 내고 "휴.폐업 등 강경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들은"적자누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가 설립되면서 딜러 등 500여명의 경력사원마저 빼앗겼다"며 "이대로 가면 제주도 내 카지노업계는 다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내 카지노업계는 8개 업체가 ▶2001년 24억원(총 매출 893억원)▶2002년 158억원(〃 984억원)▶2003년 188억원(〃 1018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울.부산 카지노 신규 허가 때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 등으로 한정한 사업자에 제주도 내 4개 업체 이상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보장해 주거나 외국인 전용인 도내 카지노에 내국인 관광객도 입장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풀어 줄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 내에선 정부가 1990년대 이후 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를 잇따라 허가하면서 8개 업체로 불어나는 바람에 카지노들이 출혈경쟁에 따른 경영난을 겪어 왔다.

현재 한 곳이 영업을 중단했고, 네 곳이 임직원들의 급여도 제대로 못 주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내 카지노업체들은 "연간 입장이 가능한 제주행 외국인이 30여만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서울과 부산에 카지노가 또 생겨 손님을 빼앗아 가면 도내 업체는 파산, 12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며 "관련 부처를 항의방문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3일 한국관광공사 또는 자회사에 한해 오는 12월 신규 외국인전용 카지노 개장을 허가, 2005년 말 개장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서울 2곳과 부산 1곳에 카지노를 허가할 예정이며, 이렇게 되면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는 13곳에서 16곳(제주 8, 서울 3, 부산 2, 경주 1, 강원 1, 인천 1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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