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창하오 패 좇아 스스로 지옥의 문 들어서

제8보 (125~152)〓바둑을 유리하게 끝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창하오같은 중국 제일의 고수도 벌써 다섯번이나 기회를 놓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창호란 인물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청년은 한번 우세해지면 거의 놓치는 법이 없다. 그 점이 진정 무서운 점이다.

온순한 창하오지만 이 부근에선 자책과 분노에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이창호라면 화가 나더라도 꾹 참고 '참고도' 흑1에 걸쳐 5까지 벌렸을 것이다.

만약에 흑이 A에 둘 기회를 잡고 그때 백이 B의 공배를 연결하게 된다면 이 판은 흑이 이긴다. 그렇게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흑이 상변을 개척하는 그 자체로 이 판은 장기전이 된다.

하지만 창하오의 선택은 125였다. 눈앞에 나타난 두개의 문 중에서 그는 지옥으로 가는 문을 선택한 것이다. 프로에게 공배두기는 금기중의 금기다.

그런데 125는 공배고 126은 요소다. 이런 손해를 감수하면서 창하오가 노린 것은 125부터 133까지 패를 만드는 것. 하지만 이건 진짜 엉터리다. 우선 늘어진 패라 138의 요소를 또한번 내주고 나서야 비로소 패가 되었다는 점이다.

또하나는 백이 144에 두면 언제나 '가' 로 때려내기로 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좌변 백을 공략하기 위해 요석 대신 151의 폐석을 살릴 수밖에 없었다는 점이다(137.140.143.146.149.152는 패때림).

박치문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