빔 콕 전 네덜란드 총리 “암스테르담의 성장 노하우 한국에 전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3면

빔 콕(71·사진) 전 네덜란드 총리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세 가지다. 간척으로 유명한 나라의 총리를 지내 새만금 신도시 건설에 도움이 될 노하우가 있다는 점, 유럽연합(EU) 지도자로 정치통합과 성장전략을 마련한 인물이라는 점, 노·사·정 대타협인 바세나르 협약을 이뤄낸 상생의 노동운동 지도자 출신이라는 점이다.

새만금사업 범도민지원위원회가 주최해 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녹색성장 새만금 국제포럼 2009’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콕 전 총리를 만났다. 이 포럼에 대해 김완주 전북도지사는”새만금을 녹색 성장을 주도하는 친환경 미래 도시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콘텐트를 담아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한 행사”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새만금 명예자문관’을 맡은 콕 전 총리와의 일문일답.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아 끊임없는 간척사업으로 미래를 개척해왔다. 관련 노하우가 많을 텐데.

“네덜란드는 과거형이지만 새만금은 미래산업이어서 새로운 수요에 맞춰 새 설계를 해야 한다. 새만금이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중심이 되려면 항구 이외에 국제공항을 세워야 한다. 네덜란드도 수도 암스테르담 인근의 스히폴 국제공항과 로테르담 항구를 통해 유럽 경제의 허브로 성장했다. 이와 관련한 노하우와 전문 지식을 한국에 제공하겠다.”

-EU의 정치적 통합과 개혁을 가속화할 리스본조약이 곧 발효된다.

“조만간 첫 EU 대통령과 외무장관이 탄생할 예정이다. 이로써 EU는 한목소리를 내고, 책임 있는 국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EU가 더욱 효율적이고 통합된 조직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경제적으로는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내부 시장과 기업의 경쟁력이 커지면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같은 신흥 경제권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리스본 조약이 체결되면 한국과 EU가 최근 가서명한 자유무역협정(FTA)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FTA는 매우 중요하고, 협상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전혀 영향이 없다.”

-2004년 리스본 전략 최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EU의 향후 성장 전략을 세운 적이 있는데.

“당시 지식기반 경제·사회 수립, 유럽 단일시장 완성과 완전한 활용, 규제완화 등 기업 환경 개선, 포괄적이고 유연한 노동시 장 등 네 가지 골격을 정했다. 나는 여기에다 하나 더 강조하고 싶다. 국제사회가 환경 문제를 해결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은 82년 노총위원장 때 ‘임금 인상 억제’ ‘노동법 개선’ ‘노동시장 개혁’의 3대 개혁안을 놓고 노·사·정이 대타협을 한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발판으로 경제가 살아나 당신은 ‘네덜란드의 기적을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당시 높은 실업률·물가·임금 등으로 경제가 최악의 상황이라 변화와 결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우리(노·사·정)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합의해가면서 사태를 타개하려 했다. 노조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노동자와 기업들의 이야기를 들어 타협점을 찾아갔다. 합의할 때만 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지만 실업률과 물가가 점차 잡혔고, 노조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으며, 기업도 노조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왔다. 양보로 상생의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글=오대영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빔 콕=네덜란드 노총 위원장이던 1982년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낸 뒤 정치에 뛰어들어 노동당 당수, 재무장관, 부총리를 거쳐 총리(1994~2002)를 지냈다. 2004년에는 리스본 전략 최고 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EU의 향후 성장 전략을 마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