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사랑이란 말 잊지 않고 당신과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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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와 나 같은 생각으로 살자.

오늘은 제가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하려 합니다. 항상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고 보듬어 주지 못해 미안한 그녀.

그녀는 스물 셋이라는 어린 나이에 저에게 많은 걸 해주었습니다. 철없던 제가 철 들게 해주었으며 자신 없던 저에게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3년 동안 지내오면서 사랑해주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많았던 못난 남자였습니다.

맨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더 잘해줘야지’ ‘더 좋은 걸 해줘야지’ 생각하고 결혼이란 단어를 떠올렸는데 막상 같이 살다 보니 그게 잘 안되더군요. 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건가 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정식으로 결혼한 것도 아니라 더욱 미안하기도 하고 더 잘해주고 싶은데 잘 안되니 되려 어린애처럼 더 짜증만 부린 것 같습니다.

그녀도 많이 지쳐 있을 겁니다. 3년이란 시간 동안 다른 연인들처럼 같이 여행을 떠나거나 사랑을 속삭일 겨를도 없이 같이 살게 되었으니까요.

말이 3년이지 저희 둘이 있었을 시간은 10개월 정도 밖에 안 됩니다. 왜냐하면 2008년 6월 10일에 우리 규리가 태어났으니까요. 지금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있게 해준 하나의 매개체? 아니면 그녀는 아마 이 못난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을 테죠.

그래서 더욱 너무 사랑스럽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우리 딸입니다. 그렇게 신혼이란 단어가 생소할 만큼 저희는 앞만 보고 달려 왔습니다.

저도 가끔은 조금 더 있다가 더 서로를 알아가고 더 많은 시간을 그녀와 둘이 같이 했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녀도 같은 생각일 테지요? 농담으로 그녀는 딸 규리만 아니었어도 같이 안 있었을 거라 하지만, 지금은 벌써 규리가 돌이 지나고 15개월이 됐습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규리 낳고 나서 ‘아~ 언제 뒤집고 언제 걸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벌써 걸어 다니니 말입니다.

가끔은 규리의 엄마와 아빠로서 우리가 잘하고 있는지 또 그 길을 제대로 가고 있는지 저도 의문을 가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그녀가 있기에 더 힘이 납니다.

저희는 평범하게 가정을 꾸리지 않았습니다. 남들과 거꾸로 집을 구하고 애기를 낳고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하게 됐습니다. 지금까지 거꾸로 살아 왔듯이 저희 부부는 다시 신혼이라는 시간으로 거꾸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함께 할 그녀가 지금 옆에 있습니다. 앞으로 저희가 살아갈 날이 적어도 지금 살아온 날보다 많이 남았습니다.

그때까지도 전 그녀와 함께 거꾸로 신혼처럼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함께 있어 고맙고 지금까지 참아 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에게 해줄 말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 있다 해도 저는 당신을 찾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는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이 못난 바보 같은 사람 저하나 뿐이니 제가 당신을 못 찾아서야 되겠습니까?

사랑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사랑이란 단어 잊지 않고 당신과 평생을 같이 하려 합니다.

저와 결혼 해주시겠습니까? 정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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