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신춘중앙문예 평론부문]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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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나는 예전부터 문학하는 것을 십자가를 지고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행위라고 생각해 왔다. 패배가 예정된 전투에 나선 군인처럼, 문학하는 사람은 승리할 수 없는 것을 알면서도 싸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며, 나는 그것을 문학의 길에 들어선 사람이 감수해야 할 숙명이라고 여겼다.

그런 면에서 문학하는 사람은 '싸움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싸움을 포기하는 것은 더욱 더 절망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과 닮아있다.

비록 갈 길은 멀고 어둡지만 문학공부 하는 것을 후회해본 적은 없다. 문학은 내게 무엇보다도 소중한 것이고, 내 주위에는 나와 같은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선소식을 듣고 한동안 멋모르고 좋아했지만, 글을 다시 일어보니 부족한 부분이 많이 눈에 뜨인다. 모자란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선생님들께 감사 드린다. 더 열심히 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이겠다.

강의와 세미나 등을 통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국문과 대학원의 선생님, 선배님, 동기, 후배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

아울러 늘 격려와 사랑을 보내주는 어머니와 동생, 친지들, 친구들, 선후배들 그리고 '문학비평연구회' 의 회원들과도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다.

원고를 검토하고 많은 조언을 해준 오랜 친구이자 동지인 인숙 에게는 어떤 말로도 고마움을 표시하기엔 충분치 않을 것 같다. 2년 전 긴 투병 끝에 돌아가신 아버지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박원규

▶72년 서울출생

▶명지대 국문과 졸업

▶현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재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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