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신춘중앙문예 시조 당선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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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시조를 전공으로 선택하고 나서 시조를 직접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론에 앞서 실제로 창작을 해 보아야만 시조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에서였다. 그러나 막상 시조를 쓰려고 하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시인들의 작품을 읽고 또 읽으며 흉내를 냈지만, 나의 작품은 스스로 생각해도 볼품없는 것들이었다. 제한된 형식 안에 절제된 언어로 의미를 담아 내고 거기에 미적 감동까지 주어야 하는 작업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형식과 내용이 한데 어우러져 시인의 영혼 속에서 육화되어 나타난 작품들을 보면 경외스러울 정도였다.

당선 통보를 받고, 또 당선 소감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아무 것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제 겨우 시조의 호흡이 내 몸 속에 자리잡아가고 있고, 아직도 미숙하고 부족한 데가 많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조의 이론뿐만 아니라 창작 역시 내게 주어진 또 하나의 운명이며 행운이라고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거기에 보답하는 길은 열심히 창작하고 공부하는 것임을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갈 길이 먼 나에게 손을 내밀어 당겨주신 두 분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즈믄 새해가 시작되는 첫 해에 받은 이 크나큰 영광을 내 문학의 원천인 문학아카데미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송필란]

▶58년 경북 영주 출생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

▶현 경기대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 재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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