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연휴 문화산책]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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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겨울은 미술관.화랑이 비교적 한산한 시기. 그러나 새 밀레니엄을 맞는 이번 연휴엔 규모도 크고 내용도 실한 전시회가 잇달아 열려 미술애호가들에겐 풍성한 계절이 되고 있다.

95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 작가인 전수천의 종묘 설치가 역시 화제다. '밀레니엄 2000-지혜의 상자' 라는 제목으로 종묘 석조전 앞뜰과 세종문화회관 광장에 새 천년을 맞는 우리 민족의 다짐을 담은 알루미늄 상자를 각각 2천1개와 1천1개씩 세웠다.

종묘 창건 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현대미술 설치라 더욱 관심을 모았던 이 작품은 조선시대 건축의 으뜸으로 꼽히는 종묘의 절제미와 잘 어우러지는 미니멀리즘을 표방했다.

정초에 가족끼리 나들이할 만한 곳으로는 파주 통일동산에서 열리고 있는 재미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십만의 꿈' 을 꼽을 수 있다.

해외동포 어린이를 포함해 5만명의 어린이들에게 미래와 통일에 대한 꿈을 가로.세로 3인치 엽서에 그림으로 받아 대형 비닐하우스 전시장 안에 걸었다. 자녀들과 6백미터 길이의 비닐하우스를 걸으며 나머지 5만을 채울 북한 어린이들과 통일에 대해 대화를 나눠봄직 하다.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들을 위한 전시로는 '인물로 보는 한국 미술' 이 단연 눈에 띤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총 2백1점의 미술품을 통해 예술 속에 드러난 한국인의 모습을 음미하다 보면 저절로 미술 공부가 되는 교육성 높은 전시다. 서울 서소문 호암갤러리에서는 회화가,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는 조각이 전시되고 있다.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수험표를 가져오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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