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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치화해' 실천이 중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9일 국민화합과 정치화해를 위한 밀레니엄 대화합선언을 발표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조치다.

새로운 세기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우리의 발목을 잡아온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의 과감한 결별을 주창한 데 대해 전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싶다. 대통령의 이같은 조치에 따라 가벼운 생계형 범죄 등 1백만명에 대해 가석방.가출소 등 관용조치가 취해질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와 같은 구제조치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면과정에서 金대통령이 미전향 장기수와 시국사범들을 사면하면서 이제 우리나라도 '장기수가 없는 나라가 됐다' 고 선언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물론 아직도 몇가지 인권침해적인 법으로 인해 수감 중인 사람들도 없지 않지만 이번 장기수들의 사면조치가 정치적이거나 인권억압적인 범죄에 대한 관용으로 가는 첫 단계로 보고 싶다.

金대통령은 이날 국민대화합선언에서 정치적 갈등 해소를 가장 힘있게 강조하면서 여야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화합.협력하는 큰 정치를 제안했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정치는 경제발전과 사회변화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처럼 인식되었고,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 세금이나 축내는 가장 불신받는 처지로 전락했던 게 사실이다. 국회는 정략적으로 소집돼 공전을 거듭했고, 야당은 걸핏하면 장외로 정치를 끌고 나갔다.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은 집권당이 대국적인 입장에서 논쟁과 대화로 해결해내야 할 많은 일들을 법정으로 끌고가 검찰권을 등에 업은 압박정치를 한 탓이라고 볼 수 있다.

세풍(稅風).총풍(銃風)사건이 그렇고 정형근(鄭亨根)의원 고발사건도 그런 공권력을 배경으로 한 정치압박이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여권이 주도적으로 화해의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우리는 믿어왔다. '네탓' 아닌 '내탓' 이라는 여권 내부의 자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金대통령이 여야의 동반자관계 회복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할 것을 다짐하면서 문제가 된 사건에 대해서도 '원칙있는 처리' 를 통한 최대한의 관용을 취할 용의를 표명한 것은 바로 그런 조치의 서막(序幕)이라고 본다.

우리는 대통령이 언급한 '원칙있는 처리' 가 정치화해로 나아가는 데 어떤 조건을 단 것이라고 보고 싶지는 않다.

여야 화해에의 장애가 돼왔던 고소.고발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적절한 사면권을 취하거나 여당 총재로서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며칠 전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총재가 제안한 새해 벽두의 여야 총재회담도 보다 화합하는 분위기 속에서 열려 새 천년 국가비전에 대해 정치권이 함께 논의할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국민 또한 정초부터 화해하는 정치 모습에 안도와 신뢰를 보낼 것이다.金대통령의 대화합선언이 2000년을 정치화해의 원년으로 만들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선언에 합당한 구체적인 정치화해의 실천방안이 곧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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