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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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급소 뺏긴 白 이단젖히자 黑 정면승부

제4보 (48~65)〓52에 붙여 54까지. 백은 하변도 살고 좌변도 살았다.

공격하던 흑은 빈 손에 검불만 쥐었다. '가' 의 단점도 기분 나쁘다.

백을 쥔 사람이 이창호인지라 검토실의 분위기는 흑의 허망함에 집중되고 있다. 좋은 기회를 두번이나 날린 중국의 1인자 창하오에게 "아직은 멀었나" 하는 연민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느낌이고 분위기일 뿐 사실은 아니다. 지금의 형세를 말한다면 백이 약간 재미있는 정도. 그 약간이란 것을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느냐고 묻자 홍태선7단은 곤란한 듯 망설이다가 1, 2집쯤 아닐까요 한다.

55는 쌍방의 급소. 만약 백에 이곳을 밀리면 흑은 공배를 두번쯤 두어야 하는 치욕을 당한다. 또 흑이 이곳을 밀면 하변 백이 사활을 근심해야 한다.

56으로 후환을 제거하고자 할 때 57로 먼저 때린 것도 정교한 수순이다. 창하오가 능기로 삼는 잔수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

59로 젖혔을 때 60의 이단젖힘은 예상을 크게 빗나간 수. 李9단이 본시 잘 참는 성격인지라 '참고도' 처럼 물러설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흑은 즉각 2로 막아버릴 가능성이 있고 李9단은 봉쇄당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60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중앙이 막히면 이 세력에 두고두고 신경써야 하고 '가' 의 단점도 더욱 작아진다.

그러나 창하오도 61로부터 '강력하게 '정면승부로 나온다. 조훈현9단은 "이 싸움은 백쪽이 좀더 고약한 것 같다" 고 말한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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