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실련, 법규위반 차량 사진찍어 계도엽서와 함께 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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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저기 횡단보도 위에 정차한 차량 찍으세요. "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반포본동 반포레저타운 앞 왕복 6차로 도로. 볼펜을 든 주부 김미경(金美京.40.서울 서초구 반포1동)씨의 다급한 목소리에 따라 홍혜선(洪惠旋.41.서초구 반포본동)씨는 급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이어 金씨는 횡단보도를 완전히 차지하고 정차한 차량의 번호를 메모장에 적었다.

새천년을 앞두고 어린이 교통사고를 막기 위해 엄마들이 나섰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 산하 어머니 교통안전지도자회 회원 3백명이 이날부터 '사랑의 권고엽서 보내기 운동' 에 돌입했다.

수원.인천.부산.대구 등 전국 15개 도시에서 교통위반 운전자를 적발해 이들에게 교통법규 준수를 요구하는 우편물을 보내는 활동이다.

어머니들은 2인 1조로 내년 1월 말까지 매일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교통 법규 위반 차량을 계도하기로 했다.

횡단보도 앞 불법 주정차.횡단보도 완전 침범.보행자 녹색불을 그냥 지나치는 차량 등 어린이 교통사고를 불러 올 수 있는 차량들이 주 감시 대상. 안실련 어머니들은 8시간의 안전교육을 마치고 인근 학교나 유치원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교통사고 예방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이 분야 활동가들이다.

위반 차량의 사진과 권고엽서는 건교부.지자체 등의 협조를 받아 해당 운전자에게 발송된다.

엽서에는 "운전자가 교통 법규만 지키면 교통사고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귀하의 자녀와 다른 어린이들을 위해 법규를 꼭 지켜주세요" 라는 당부가 담겨있다.

洪씨와 金씨는 "빨간불로 바뀌는 순간 급하게 횡단보도를 통과하려는 차량 때문에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고 말했다.

안실련 허억(許億.39)실장은 "운전자들에게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심리적 부담을 줘 교통법규를 지켜나가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이 캠페인의 목적" 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실련은 이날부터 전국 22개 도시에서 '운전 중 휴대폰 사용규제 법률 제정' 을 위한 1백만인 서명운동도 시작했다.

지난 98년 한해 동안 만 13세 어린이 4백99명이 교통사고로 숨졌으며 2만7천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가운데 보행 중에 사고를 당한 경우가 전체의 65%에 이른다.

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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