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창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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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白은 삼삼으로 낮게 깔고 黑은 선회 비행

제1보 (1~22)〓창호와 창하오는 발음도 비슷하다. 이창호9단 24세, 창하오9단 23세. 한살 아래 창하오가 지난해 중국에서 마샤오춘(馬曉春)9단을 제치고 랭킹 1위에 오르자 열성적인 중국팬들은 이렇게 환호했다. "다음은 세계 정상이다. "

특히 창하오의 고향인 상하이(上海)팬들은 그를 최고의 스타로 대접했다. 그 옛날 녜웨이핑(□衛平)9단의 인기를 능가하는 새 강자가 중국에 등장한 것이다.

하지만 창하오는 그 마지막 한걸음을 남겨둔 채 아쉽게도 전혀 전진하지 못했다. 한.중 천원전에서 李9단에게 계속 패배했고 기대를 걸었던 세계기전에서도 실족을 거듭했다.

하지만 창하오는 올해도 중국 1위에 올랐다. 집계 점수에서 박빙의 차이로 마샤오춘을 제친 것이다. 10월 6일 인천 올림포스호텔. 창호와 창하오가 다시 마주앉았다.

돌을 가려 창하오의 흑. 李9단은 삼삼으로 낮게 깔고 창하오는 9까지 웅장하게 나간다. 16이 선택의 기로. '참고도' 백1로 뛰어나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흑2의 한방이 아프다. 양쪽의 흑집이 토실하게 굳어지는 것도 싫다.

그래서 李9단은 16으로 짜게 두었으나 이번엔 흑17의 두드림이 아프다. 李9단은 오늘 실리바둑을 두기로 결심한 것 같다. 평소에 안쓰는 4의 삼삼 때부터 실리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20까지의 결과를 놓고 홍태선7단은 "선수를 잡은 흑이 활발하다는 게 중론" 이라고 해설팀의 의견을 전한다.

21로 모양을 키우자 李9단은 12분을 장고한 뒤 22로 푹 들어갔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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