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경기부양책 '약발' 이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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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주 증시는 활기가 넘쳤다.

종합주가지수는 820선까지 올랐고, 거래대금도 2조원대로 올라섰다.

8월 수출 증가율이 3개월 연속 둔화하고 소비자물가도 5% 가까이 오르는 등 우리 경제의 기초 지표들은 예상대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증시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시장은 주초에 쏟아진 세금 감면과 재정지출 확대 정책에 환호했다.

어느새 증시 분석가들 사이에서도 비관론은 소수 의견으로 줄어들고, 낙관론이 많아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수출 및 정보기술(IT) 경기가 둔화하는 것을 외면하는 대신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의지에 초점을 맞추면서 내수 회복에 기대를 키우는 모습이다. 그래서 배당주와 내수업종 대표주를 사라는 추천이 여전히 많다.

이번주엔 미국에서 8일(현지시간) 발표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경기분석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관심거리다. 미국 FRB가 이달에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도 주목된다. 치솟은 물가를 감안할때 금통위가 콜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그러나 금통위가 지난 8월처럼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고 금리를 내리면 당장은 주식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은 모두 강세를 보였다. 대개 시중 자금은 주식이 죽을 쑤면 채권으로 몰리고, 채권시장이 힘을 잃으면 주식으로 옮겨가는 법인데 최근 상황은 이례적인 셈이다.

이는 정부의 부양책을 읽는 두 시장 참여자들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자들은 내수 회복에 따른 주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고, 채권 투자자들은 내수가 쉽사리 살아나지 못해 금리가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것이다.

이번주도 시장에선 이런 정반대의 셈법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마냥 계속될 수는 없다. 결국은 경기 회복 여부가 어느 쪽인가 손을 들어줄 것이다. 주식시장은 대세하락 과정에서도 반년 정도 떨어지면 두달 정도는 반짝 오름세를 타곤 한다. 이 때 시장 분석가들은 그럴 듯한 여러 이유를 갖다 붙인다. 그러나 결국은 투자자들을 착각에 빠뜨리는 억지 논리로 판명된 사례가 허다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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