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랑씨 직접 쓴 원고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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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27면

1997년 2월 15일, 온 세상 신문이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의 조카이며 성혜랑의 아들인 이한영의 총격을 보도했다.

나는 믿지 않았다.

2월 13일 황장엽씨 망명과 함께 남에 5만명의 침투 간첩이 있다는 말을 실증하기 위한 위장 사격인가□ 한보사태를 안보사태로 돌리기 위한 시나리오일까….

잇따라 쏟아지는 모든 신문 기사를 훑어보며 그 애의 두개골이 찍힌 사진과 총알자리를 명시한 사진을 보면서도 아니었으면 했다.

2월 25일 내 아들은 숨이 끊겼다.

그때로부터 3년이 지나갔다.

내가 유럽에 남아 서울로 가지 않은데 대해 서울의 친척들이 입장이 곤란한지 내 전화받는 것을 꺼리는 기간도 있었다.

네가 탈북한 목적이 뭐냐. 너의 이념이 뭐냐. 공격하듯 퍼붓는 오빠의 비난도 나는 적어두었다.

그날의 일기들, 아들을 찾아 문턱까지 왔는데 그애는 가고 없는 빈 하늘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슬픔을 이기기 위해 애쓴 흔적들을 정리할 것이다.

나같은 어머니들을 위해, 이산가족을 위해 나의 기록이 우리 한반도 역사의 진실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는 글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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