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진통' 거듭나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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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박주선(朴柱宣)전 대통령 법무비서관의 신병처리를 둘러싼 검찰의 진통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딱하다.

그의 구속 여부를 둘러싸고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이 무려 4시간30분 동안이나 격론을 벌였다니 어려움에 처한 검찰의 적나라한 실상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고 답답하기만 하다.

이같은 검찰의 움직임은 두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

첫째는 인신구속을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배려는 검찰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나쁘지 않다는 긍정적인 시각이다.

또 지극히 민감한 내용의 사건이므로 중지를 모아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는 게 뭐가 나쁘냐는 의견도 있다.

이밖에 거역하기 힘든 외부의 압력이나 요구에 대해 검찰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 맞서는 것이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부정적 평가도 적지 않다.

우선 내부갈등의 본질이 선명치 않다는 점이다.

증거능력 인정 여부나 법률적용을 둘러싼 이견으로 순수한 법리해석의 차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겉보기일 뿐이라는 것이다.

믿고싶지 않지만 검찰의 고질인 지역 편가르기와 이에 따른 알력이 이번에도 가장 큰 작용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시간이 지날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니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또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 실무자가 처리방법을 결정하고 이를 상급자가 결재하는 정상적인 절차를 벗어난 것이 화근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치적 사건일수록 통상절차에 따라 비정치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원칙을 이번에는 어겼다는 것이다.

일반 형사사건이라면 모르지만 왜 하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에 대해서만 그렇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느냐는 점이다.

특히 검찰 고위간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사팀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후 '사전 구속영장' 을 청구키로 결정한 데 대해서는 나쁜 선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사건처리 방법이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비난도 모아지고 있다.

검찰 수뇌부는 더 이상 국민에게 실망을 줘서는 안된다.

수사 실무책임자인 중수부 이종왕(李鍾旺)수사기획관의 사표제출로 그러잖아도 검찰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터에 검찰의 갈등이 자꾸만 외부로 표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여론과 권력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는 나약한 모습을 보여줘선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朴전비서관의 신병처리 문제가 수사팀의 의견에 가깝게 영장청구로 결론지어진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검찰은 이 사건에서 드러난 갈등과 진통을 검찰권 독립과 정치적 중립 확보로 승화시키는 일만 남았다.

이번 사건을 검찰이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모든 검찰 관계자는 더 이상 물러날 여유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란 점을 인식하고 국민적 신뢰 회복과 검찰권 독립.정치적 중립 확보를 위해 분발해야 할 절박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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