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스포츠도 Y2K 골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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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미국 프로스포츠에도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 문제) 비상이 걸렸다.

컴퓨터가 2000년을 인식하지 못해 오작동을 일으키는 Y2K 문제로 여객기 운항이나 위성시스템 등에 치명적 오류가 발생, 경기에 차질을 빚거나 중계방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위험하다는 새해 첫째 주에 프로농구(NBA).풋볼(NFL) 경기가 집중돼 미국 스포츠계는 걱정이 크다.

NBA는 오는 31일과 내년 1월 1일에는 경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2일에는 올랜도 매직과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가 벌어지지만 원정팀인 올랜도는 항공사고를 우려해 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새해 2일 열릴 NFL 경기도 선수.중계팀.심판 등 관계자들 모두 31일 이전에 경기장으로 이동키로 했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시카고 블랙호크스도 Y2K 문제를 피하기 위해 디트로이트와의 원정경기가 끝나자마자 31일 자정 이전에 비행기를 탈 계획.

비행기 운항 차질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중계방송. 전세계 1백20개 방송사와 중계계약을 맺고 있는 NBA는 Y2K로 위성시스템이 오작동할 경우 전세계 시청자들이 먹통 화면을 보는 것은 물론 방송업자들에게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CBS는 새해 1일 중계일정을 아예 잡지 않았다. 2일 새해 첫 풋볼경기 중계방송을 내보낼 폭스TV의 경우 자체 발전기와 비상식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또한 일반 전화송신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 로스앤젤레스의 방송통제실과 현지중계팀을 연결할 지하 광섬유 라인도 확보해 놨다.

방송관계자들은 또 러시아.중국 등 Y2K 문제에 취약한 국가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관련 속보로 스포츠중계가 중단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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