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씨 조사후 귀가] 사법처리 걸림돌 생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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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가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검찰은 20일 세번째 소환했던 朴전비서관을 또다시 돌려보냈다. 이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 일인 데다 이번 귀가조치는 또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검찰이 세번째 소환을 앞두고 "사법처리를 전제로 하는 것이며 이번이 마지막 소환일 것" 이라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朴전비서관의 귀가는 결국 '사법처리' 에 걸림돌이 생겼음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광옥(辛光玉)중수부장은 이날 밤 朴전비서관의 귀가방침을 기자실에 알리며 차동민(車東旻)공보관을 통해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 모든 것을 종합 검토해 재소환이나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 고 밝혔다.

이는 적어도 朴전비서관이 혐의를 완전히 벗은 것은 아닐지라도 당장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임을 의미한다.

수사팀은 이날 사직동팀으로부터 확보한 문건 등을 들이대며 朴전비서관이 최초보고서 문건을 보고받은 뒤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에게 유출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朴전비서관은 "문제의 문건을 본 적도 없다" 는 기존 입장을 계속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사 결과를 연정희(延貞姬)씨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축소.조작해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느냐는 추궁에 대해서도 "상급자가 하급자의 보고를 토대로 요약정리하는 것은 통상적인 업무집행이며 내사목적과는 다른 延씨의 개인 옷구매 관련 첩보내용만 삭제했을 뿐" 이라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朴전비서관은 특히 사직동팀 요원들이 자신을 제쳐놓고 문건을 작성해 유출했을 가능성을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朴전비서관은 延씨와 라스포사에 함께 갔던 작가 전옥경씨가 지난 1월 28일 사직동팀에서 조사를 받은 다음 2~3일 뒤 延씨에게 질책을 받은 사실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자신은 미국 출장이었는데도 延씨가 全씨의 진술을 알고 있었다면 사직동팀 경찰관들이 延씨와 모종의 연계를 맺고 있던 게 아니냐는 것이다.

수사팀은 朴전비서관의 완강한 태도 때문에 사직동팀 관계자들과의 대질신문도 무의미해졌고 이에 따라 수사팀은 더 이상 수사를 진행시킬 필요가 없다고 보고 수뇌부에 최종 판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21일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 주재로 고위 간부들과 수사팀이 참석한 회의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朴전비서관이 혐의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검토 후에 법적 판단을 내리기 위해 귀가시킨 것이라는 설명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나 세번씩이나 소환했던 점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따라서 뭔가 수사팀의 수사 허점이 드러났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朴전비서관에 대한 사법처리 불가방침이 전해진 게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하지만 朴전비서관의 사법처리가 물건너가고 그에 대한 명백한 이유 설명이 없을 경우 검찰 내부에선 또다른 반발이 터져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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