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반환 의미와 전망] 폭력퇴치가 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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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일 0시에 탄생한 신생 '차이니스 마카오(中華 澳門)' 는 분명 이전의 '포르투갈령(領) 마카오' 와는 판이하다.

주권이 바뀌고, 주민이 달라졌다.

그런데도 정작 달라진 것은 별반 없다.

우선 정치체제와 사회구조가 이전 그대로다.

충격을 가능한 한 줄이고 민심의 이반을 막는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예전의 모순을 그대로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이 점이 신생 마카오의 앞날을 비관도 낙관도 할 수 없게 한다.

◇ 정치〓정치의 원칙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나라 두체제)' '고도자치(高度自治)' '오인치오(澳人治澳.마카오인이 마카오를 통치한다)' 등 세 가지다.

옛 모습과의 차별성이 강조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안을 들여다보면 '그 밥에 그 나물' 이다.

7개 부처를 5개 부처로 통.폐합하는 등 겉포장만 바꿨을 뿐 줄기와 뿌리는 그대로다.

우선 과거 행정우위 원칙이 여전하다.

총독이 행정장관으로 이름만 바뀌었다.

행정회의와 행정자문위원회가 행정책임자에게 자문할 뿐 실권은 없는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과 사회지도층 인사의 부패행위를 수사해온 '부패관리척결 특별수사반' 도 홍콩을 본떠 염정공서(廉政公署)로 이름만 바꿨다.

입법회도 마찬가지다.

직접선거 8명, 직능선출 8명, 총독임명 7명 등 총 23명으로 현 입법원은 2001년 10월 15일까지 임기가 보장돼 있다.

그 이후로도 입법의원 선출방식은 변화가 없다.

주요 공무원조차 예전과 별 차이가 없다.

물론 대다수 포르투갈 공무원은 이미 떠났다.

그러나 주요 실무총책은 여전히 포르투갈인이다.

'낯익은 체제, 낯익은 공무원' 아래서는 '낯익은 범죄' 가 자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래서는 에드먼드 호(何厚.44)새 행정장관이 언명한 '새 특구(特區)세우기' 도 공염불로 전락할 수 있다.

◇ 사회〓 "트라이어드(三合會.폭력조직)의 동의를 얻지 않고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는 말이 있을 정도다.

마카오중화라틴기금회의 허샤오민(何曉敏)선임연구원도 "97년부터 치안은 줄곧 나빠져갔다.

도박장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헤이방(黑幇.조직폭력배)들의 암살.총격전.납치.폭파.방화는 끊이지 않았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마카오의 미래는 없다" 고 단언했다.

何행정장관이 지난 8일 "트라이어드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고 공언할 정도다.

인민해방군 1천여명이 주둔하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한다.

그러나 광둥(廣東)과 저장(浙江) 일대에 먼투후이(門徒會), 산시(山西)에 랑방(狼幇), 장쑤(江蘇)에 오씨가족(吳氏家族), 구이저우(貴州)에 진징방(金井幇), 하이난다오(海南島)의 난바톈(南覇天)등 수많은 '헤이방' 들이 활동하고 있다.

◇ 경제〓자원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마카오는 싱가포르와 흡사하다.

그러나 법치와 경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선 영 딴판이다.

게다가 국내총생산(GDP)의 70%가 3차산업에, 40%가 도박사업에 몰려 있는 기형적 구조다.

마카오가 96년부터 연속 3년간 평균 1.5%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도 이같은 구조 탓이다.

그러나 마카오 특구정부는 자신있다는 표정이다.

우선 도박업과 유흥업을 중심으로 한 독특한 경제구조가 앞으로도 계속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제조업에 대한 집념도 만만치 않다.

인건비가 싸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심산이다.

마카오〓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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