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가 중국 광둥성 당서기 만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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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명박 대통령이 2일 중국 광둥(廣東)성의 왕양(王洋·사진) 당서기를 접견했다. 중국에서 성(省) 당서기는 지역 공산당의 책임자다. 행정을 맡는 성장(省長)이 있지만 성장이 당 부서기이기 때문에 성 최고권력자는 당서기다.

그렇다고 해도 중국에는 성만 22개다. 이 대통령이 이 중 하나인 성의 책임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자칫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광둥성의 규모와 왕 당서기의 정치적 비중을 알면 이런 의구심은 해소된다.

중국 남부인 광둥성은 인구가 한국의 두 배에 가까운 9544만 명이다. 중국 전체 대외교 역량의 3분의 1, 국내총생산(GDP)의 8분의 1(약 5234억 달러)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활동이 활발하다. 한국과 교역액은 지난해 321억 달러나 됐다. 현재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리창춘(李長春)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장더장(張德江) 부총리 등이 이곳의 당서기를 지냈다.

이들의 후임인 왕양 당서기도 중국 내에서 주목받는 차세대 지도자다. 올해 54세인 그는 2007년부터 리커창(李克强)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국무원 부총리와 함께 최연소 공산당 정치국 중앙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치국 중앙위원은 13억 인구 중 25명뿐이다. 이런 왕 당서기의 해외 방문은 다른 나라 정상들의 순방을 방불케 한다. 이번 방한에도 공식 수행원은 20여 명이지만, 정·재계 인사들과 문화·예술 사절단 등 700여 명이 함께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소속별로 따로 일반 여객기를 타고 입국했지만 왕 당서기의 방한 기간에 맞춰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인들은 투자유치 설명회를 열고, 문화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왕 서기와의 접견에서 “여러 일행이 오셨다고 들었다”며 “1980년대 양국 국교 수립 전에 광둥성을 방문한 적이 있다. 중국이 잘 되는 게 우리가 잘 되는 것”이라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1일 오후 입국한 왕 당서기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환영오찬, 김문수 경기지사의 초청 만찬 등에 참석하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만난 뒤 3일 출국한다. 이 기간 중 LG와 40억 달러 규모의 공장 건설 계약도 맺는다. 한편 청와대는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6~7일), 미첼 바첼레트 헤리아 칠레 대통령(10~12일), 가브리엘 가르시아 페레 페루 대통령(11~12일)이 차례로 방한한다고 2일 밝혔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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