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우라늄 분리실험 호들갑떨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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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우라늄 분리 실험을 통해 0.2g의 우라늄을 추출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일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처음으로 이 연구소를 사찰했다. 미국.일본 언론들은 '한국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대서특필하고 있다. 물론 주변국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도 있다. 1992년 발효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따라 북한은 물론 우리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는데 소량이나마 농축우라늄을 생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분리실험은 그렇게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핵확산금지조약 등 국제법이나 비핵화 공동선언을 위반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 점을 명확하게 알고 국내외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민도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

2000년 초 실시된 이번 실험은 당시 국제법 위반이 아니었다. 그러다 정부가 2월에 '실험실에서의 연구'도 신고하도록 한 'IAEA 안전조치 추가 의정서'를 비준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실험 내용을 IAEA에 신고해 사찰을 받은 것뿐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우라늄 보유에 관한 투명성을 놓고 주변국들이 과민반응하지 않도록 보다 세심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한 핵문제로 신경이 곤두선 주변국들은 한국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실험의 전모를 주변국들에 신속하고도 설득력 있게 설명해야 한다. 미 국무부 대변인이 "더 이상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고 언급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무엇보다 북한은 이번 실험을 핑계삼아 6자회담 회피 등의 공세를 펼칠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이번 사건은 농축이나 재처리를 못하는 상황을 우리가 언제까지 수용해야 하느냐는 중대한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특히 산업 측면에서 보고 있는 손해 정도는 보완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때가 왔다고 본다. 핵연료인 저농축 우라늄 수입에 매년 4000억원을 쓰고 있는 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