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는 '파업유도' 전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두달 가까이 진행됐던 파업유도사건 특별검사팀의 수사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우선 특검팀은 파업유도사건에 정부기관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상태다.

특검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그동안 대검과 대전지검 공안부 검사들은 물론 기획예산처.국정

원.경찰.노동청 등 지난해 공안합수부회의 참석자들을 모두 소환조사했다.

특검팀의 소환대상자 중에는' 공개된 진념(陳稔)기획예산처장관 외에 김상남(金相男)노동부차관과 국정원 관계자까지 포함됐을 정도다.

특검팀은 그러나 지난 7월의 검찰수사 때와 달리 진형구(秦炯九)전 대검 공안부장보다는 강희복(姜熙復)전 조폐공사사장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을 잇따라 소환, 주도자와 공모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姜전사장에게 무게를 두고 있는 분위기다.

특검팀 관계자는 ' "이미 지난해 8월 조폐공사가 자체적으로 조기 통폐합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며 ' "조기 통폐합의 중심에는 공사의 최고 책임자였던 姜전사장이 있었鳴?봐야 한다" 고 말했다.

姜전사장이 적극적으로 조기 통폐합을 주도했고, 秦전부장은 예상되는 파업에 뒤를 봐주는 역할만을 했을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검팀의 수사결과가 姜전사장의 역할을 강조하는 쪽으로 발표될 경우 姜전사장은 秦전부장의 압력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던 검찰 발표와는 전혀 다른 결론이다.

대전지검 공안부에서 작성한 '조폐공사 분규해결방안 검토' 문건에 대해서도 특검팀은 수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전지방노동청이라는 원 작성자를 빼고 어휘.순서만을 일부 바꾼 채 마치 대전지검에서 작성한 기획안처럼 대검에까지 이 문건을 보고했다는 사실은 검찰이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특검팀의 지적이다.

또 정부기관의 조직적 개입이 없었다고 해서 특검팀이 당시 공안합수부회의에 참여했던 기관들에 대해 무조건적인 면죄부를 주지는 않을 전망이다.

파업유도에 관한한 법적 책임은 없지만, 지난해 조폐공사 분규 당시 관련기관들이 '과연 중립적 입장에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했는지는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정당한 업무범위 내에서 역할을 했는지가 관건"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특검팀을 이탈했던 변호사.시민단체 인사들은 특검 수사가 진상 규명에 이르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는데다 수사결과 발표를 전후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겠다고 벼르고 있어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