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 대신 은행계좌·구매카드 거래…새 결제방식 도입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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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의 어음제도 단계적 폐지방침에 따라 기업과 은행들이 어음 대신 은행계좌나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결제방식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LG상사는 8일 2000년부터 어음을 전면 폐지하는 대신 하나은행을 통해 납품업체에 대금결제를 해주기로 하고 지난 7일 하나은행과 업무제휴 계약을 했다.

이에 따라 LG측은 납품 업체로부터 받은 납품 내역을 하나은행으로 전송하면 은행이 다음날 납품업체 계좌에 대금을 대신 넣어주게 된다.

LG측은 은행에 매달 한번씩 대금을 결제한다. 납품업체는 납품 직후 어음 대신 현찰을 손에 쥘 수 있게 되지만 LG가 은행에 대금을 결제할 때까지 발생하는 이자비용(연 7% 내외)은 부담하게 된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LG가 대금을 언제 결제하느냐에 따라 이자부담만큼 손해를 보게 되지만 종전처럼 어음을 들고 은행이나 사채업자를 찾아다니면서 할인받아 써야 하는 번거로움은 줄어들게 된다.

건국우유도 지난 10월부터 한미은행을 통해 축산농가와 협력 유가공업체 등 납품업체에 대금결제를 하고 있다. 동원산업도 이같은 결제시스템을 도입키로 하고 은행과 협상 중이다.

이같은 방식을 택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은행들도 관련 상품을 다투어 내놓고 있다. 한미.신한.하나은행은 최근 대금을 어음 대신 일종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상품인 '구매카드' 를 내놓고 기업들을 상대로 판촉에 나서고 있다. 다른 은행들도 유사한 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매카드는 소비재생산업체와 대리점간의 거래시 대리점이 업체에 끊어주던 어음 대신 신용카드처럼 구매카드로 결제하는 방식과 기업이 납품업체 등에 카드로 결제하면 은행이 미리 돈을 지급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현재 구매카드를 이용하는 업체는 제일제당.삼성전자.신도리코.대한페인트.LG전선 등 30여개사에 이르고 있다. 대부분이 대리점 거래시 물품대금을 구매카드로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한미은행 카드사업부 김민오 과장은 "어음제도 폐지발표 이후 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납품업체에 돈을 지불하는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기업을 상대로 구매카드 등에 대한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고 말했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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