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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진우의 행복한 책읽기] 크리스 쉴링 '몸의 사회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이 책(임인숙 옮김.나남출판)은 사람은 몸과 관련된 각종 주제들을 평이하게 다룬, 이 분야의 입문서이다.

따라서 대학생 이상이라면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가독성을 지니고 있다.

왜 몸이 새삼 문제되고 있는 거라는 질문은 이제 별 의미가 없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는 가정과 직장, 학교와 대중매체 등 삶이 이루어지는 곳곳에서 육체의 범람을 목격하고 있다.

다이어트.성형수술.보디빌딩.스포츠가 대중화되고 건강과 젊음과 섹스가 세간의 주요 관심사로 자리잡은지 오래되었다.

쉴링은 고전사회학에서부터 최근 연구 결과에 이르기까지 몸이 어떻게 탐구돼왔는지를 요령 있게 정리해주고 있다.

먼저 저자는 몸을 고정 불변의 생물학적 실체로 보는 자연주의적 관점과, 몸을 무한히 변화 가능한 것으로 보는 사회구성주의적 관점이 갖는 한계를 비판한다.

전자의 경우 대표적인 것이 이른바 사회생물학인데 이것은 그 이론이 기초하고 있는 생물학적 인과관계의 메커니즘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사회적 불평등을 자연적 유전적 근거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설명함으로써 보수 이데올로기에 통합될 가능성이 높아 졌다.

후자의 경우로는 몸이 담론에 의해 생산되고 구성되는 것으로 본 미셀 푸코의 이론이 대표적인데 결과적으로 생물적 실체로서 몸은 사라지고 그 대신 무한정 변화할 수 있고 고도로 불안정한 사회적 구성물로서 몸만 남게 된다.

또 몸을 통한 자아연출을 강조하는 고프만의 견해에 따르면 개인들은 당혹감과 실수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도 적절한 연기를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무대위의 배우들로 묘사된다.

몸 관리와 장식이 자아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점점 중심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과업을 지원하기 위해 몸매관리나 식이요법과 관련된 각종 산업이 번창하고 있다.

이러한 절감을 통해 뚜렷해지는 것은 현대사회에서 몸은 생성과정에 있는 미완의 실체이며 따라서 수행되어야 하고 완성되어야 할 일종의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기든스의 지적대로 후기 근대사회에서 몸은 점점 변화 가능한 것이 되었고 "개인은 자신의 몸을 디자인하는 책임을 지게 되었다."

이처럼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전례없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하지만 이 사실이 몸이 무한대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울리히 벡이 말했듯이 우리는 어떤 면에서 우리의 육체적 건강에 대한 위험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존재하는 위험사회에 살고 있다.

전지구적 차원의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이 시점에 엄격한 자기관리를 통해 개인 스스로 건강을 책임지라는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이 나온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저자가 자인하고 있듯이 '몸의 사회학' 은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책은 몸을 둘러싼 각종 쟁점들을 체계적으로 다룬 안내서라는 점에서 우리에게도 유용한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남진우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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