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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개정 긴급점검] 보안법 51년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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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8년 11월 제정된 이래 여섯차례 개정된 국가보안법이 51년 만에 전면적인 손질을 앞두고 있다.

여순반란사건 등 건국 초기의 혼란스런 정정(政情)속에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이후 정권안보와 이데올로기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을 받으며 끊임없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시작은 58년의 '진보당사건' .56년 대선에서 이승만(李承晩)후보와 대결했던 진보당의 조봉암(曺奉岩)당수를 검찰이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당을 조직하고 북괴에 동조하는 평화통일론을 주장했다" 며 기소한 것이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그가 대법원에서 사형을 확정받자 국가보안법이 정적 제거용으로 이용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64년 중앙정보부는 북한과 연계된 지하조직이라며 '인민혁명당 사건' 을 발표했다.

구속된 사람만도 41명에 이르렀다.

10년 뒤인 74년 유신체제 속에서 중앙정보부는 다시 인혁당을 재건한 혐의로 대구.경북의 교사.언론인 등 21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이 ?사형당한 8명의 유족들은 "사건이 조작됐다" 며 지금도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5공시절 시민단체와 학생들이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이런 주장 자체가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 로 간주되면서 국가보안법의 처벌대상이 됐다.

그러나 남북간에 해빙무드가 조성되면서 헌법재판소는 90년 4월 "국가보안법 자체는 위헌이 아니지만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 며 한정(限定)합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문민정부 들어서도 논란은 계속됐다.

95년 11월 국민회의 당무위원이던 허인회(許仁會)씨 등이 남파간첩 金동식을 만나고도 신고하지 않아 불고지 혐의로 구속되며 정국이 경색됐다.

94년 우익단체가 베스트셀러 '태백산맥' 의 작가 조정래(趙廷來)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검찰은 법과 여론 사이에서 아직 용공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미룬 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 중이다.

한편 유엔인권위원회는 92년 이후 네차례에 걸쳐 인권제약의 소지가 있다며 국가보안법 개정을 요구했다.

경실련.참여연대.민변 등 27개 시민단체들도 지난 9월 '국가보안법 반대 국민연대' 를 결성해 정부를 압박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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