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 대선후보 뉴햄프셔 TV토론 부시 열세 불구 역공 선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 지명전에 나선 6명의 주자가 처음으로 전원 참석한 TV토론회에서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선두주자로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일 저녁(미 동부시간) 뉴 햄프셔주 맨체스터의 WMUR-TV가 생방송으로 내보낸 90분간의 토론에서 부시는 예상대로 여타 후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부시는 효과적인 역공까지 섞어가며 이들의 예봉을 무난히 받아 넘겨 대선 가도의 첫 주요 관문을 큰 상처 없이 통과했다.

토론에 참가한 후보들은 부시를 비롯해 존 매케인 상원의원, 출판업 재벌 스티브 포브스, 보수주의 정치인 개리 바우어,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앨런 키즈, 오린 해치 상원의원이었다.

토론에서 부시에 대한 공격의 선봉은 의외로 지지율 2위의 매케인 상원의원이 아니라 포브스가 맡았다. 포브스는 부시가 하루 전 발표했던 5년간 4천8백30억달러 감세안과 사회보장 축소안을 물고 늘어졌다.

특히 사회보장 재정의 충실화를 위해 퇴직연금 수혜 개시연령을 높이겠다는 부시의 안에 대해 "지금이 67세인데 도대체 몇살까지 높이겠다는 거냐" 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는 마치 질문을 예상했다는 듯 "잠깐만 뭘 좀 읽겠다" 며 '복지재정문제를 해결하려면 퇴직연금 수혜 개시 연령을 67~68세까지 높여야 한다' 는 주장을 소개했다.

그리고는 "이글의 주인공은 바로 포브스" 라고 창끝을 되돌렸다. 당황한 포브스는 "20년전의 주장이라 지금과 상황이 다르다" 고 얼버무려야 했다.

앨런 키즈도 부시의 감세안을 두고 "세금을 되돌려주겠다니 감사를 드려야겠다" 며 비꼬았지만 효과적인 공격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군소 후보들의 요란한 공세와 달리 매케인은 부시를 오히려 치켜세워 '차별전략' 을 폈다. 매케인은 부시를 "매력적인 인물" 로 평가했고, 부시는 "매케인은 훌륭한 분" 이라고 화답했다. 매케인의 다혈질이 사회자와 다른 후보에 의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부시는 이번에도 자신에게 붙어 다니는 '외교분야 무능' 딱지를 떼어내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서 외교정책을 수행할 준비가 돼있는가" 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부시는 텍사스주를 다스려본 경험만 강조했다.

토론의 주제는 미국의 방위태세에서부터 인터넷 규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했지만, 후보당 할당된 답변시간이 너무 적다 보니 뚜렷한 쟁점 대비가 이뤄지지 않는 등 일반적인 TV 정치토론의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 뉴햄프셔주의 중요성〓미 대선 주자들이 인구 1백20만명의 작은 뉴햄프셔주를 신경쓰는 이유는 이 지역이 갖는 상징성 때문. 뉴햄프셔는 각당의 유권자들이 전당대회에 나갈 대의원들을 뽑는 예비선거가 처음 치러지는 곳이다.

이번 대선의 첫 예비선거일은 내년 2월 1일. 이 때문에 뉴햄프셔의 선거결과는 아이오와주의 첫 코커스(주 당원대회)와 함께 대선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 지역 유권자들은 선두를 달리는 후보들에게 인색하기로 소문나 있다.

전국적으로는 공화당내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지 부시가 이 지역에서는 지난달 11일 한 조사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38%의 지지율로 매케인에게 겨우 3%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96년 대선때도 공화당 후보 밥 돌도 이 지역에서 패트릭 뷰캐넌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적이 있다.

이현상.홍주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