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송법 통과 이후 남은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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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통합방송법이 마침내 여야간 합의 형식으로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를 통과할 예정이다. 위성통신이 공중에서 헛바퀴를 돌고 국회에 법안이 계류된 지 실로 5년 만이다. 아직도 이 법은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등 후속절차를 거쳐 내년 3월에야 정식으로 발효하게 된다. 너무 멀리 돌아 지금에야 이르렀다.

방송법이 통과된다 해도 남은 과제는 숱하다. 우선 방송위원회 위원 인선이 당장 문제가 될 것이다. 통합방송법상 방송위원회는 현행 방송위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방송국 인.허가 등 지금까지 문화관광부가 갖고 있던 방송정책권까지 끌어들인 막강한 위상에 서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처럼 막강한 방송위원회의 실질적 주체가 되는 방송위원을 어떤 인물들로 선정하느냐는 '방송의 독립과 공정성 확보' 라는 법 제정 취지에 비춰 매우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방송법 통과의 발목을 잡고 있었던 것도 여야간 위원회 구성비율을 놓고 끊임없이 다투어 왔기 때문이었다. 대통령 3인, 국회의장 3인, 국회 문광위 3인으로 방송위원 구성비율에 간신히 합의가 이뤄졌지만 결국 누가 방송위원이 되느냐에 따라 새 방송위의 공정성이 평가를 받게 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을 비롯한 방송위원의 추천 및 임명권자들은 그 과정에서 추호라도 정치적 고려를 하거나 사사로운 이해를 앞세워서는 안된다. 그야말로 소신과 객관성.중립성을 갖춘 전문인사들을 선정, 방송의 자율.독립과 공정성 확보라는 법제정 취지를 훼손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특히 새 방송위원회의 출범은 내년 총선과 시점상 맞물려 있는 만큼 방송의 정치적 편향보도 등을 막아낼 불편부당한 인사가 선정되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이번 통합방송법의 통과는 특히 지난 4년여 동안 지루하게 기다려 왔던 위성방송이 마침내 출범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공해주었다는 데서도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국내에선 이미 무궁화위성을 3개나 쏘아 올려 놓고서도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낮잠을 자는 바람에 위성방송 참여준비 업체들은 지쳐 떨어져 나간 상태다. 무용지물로 헛도는 이 3개의 위성을 발사하는 데만 7천여억원이 낭비됐고 위성방송에 참여하겠다고 지금껏 남아 있는 한국통신 등 몇몇 업체들은 기회비용을 포함해 하루 3억~4억원씩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위성방송의 근거법이 통과될 경우 위성방송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사항은 사업자 선정문제가 된다. 우리의 열악한 시장상황을 감안해 초기단계엔 참여업자들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케 해 1개 사업자로 통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혜시비 등 잡음이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사업자 선정과정이 투명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그것이 4년여를 기다려 어렵사리 출범의 기회를 얻은 위성방송이 조기에 정착해 발전을 이뤄갈 수 있는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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