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중국 위안화 가치, 세계경제 뇌관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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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사실상 고정환율로 복귀=중국은 2008년 7월 이후 달러당 6.82위안 전후에서 위안화 환율을 사실상 미국 달러화에 연동(페그)시켜 왔다. 과거 중국은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8.11위안에 못 박은 고정환율제도를 고수해 오다 2005년 7월 21일부터 달러뿐 아니라 유로·엔화 등 복수 화폐의 환율을 종합 반영한 복수 통화 바스켓 제도로 변경했었다. 그 후 위안화 가치는 등락을 거치면서 지난해 7월까지 3년간 달러 대비 약 16% 올랐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달러당 6.82 위안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사실상 위안화를 달러가치에 연동시켜 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한규 박사는 “위안화가 사실상 고정환율제로 복귀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올 3월 이후 이어진 글로벌 달러가치 약세 덕분에 달러에 연동한 위안화 가치도 경쟁국 통화에 비해 덩달아 하락했다.

◆위안화 절상, 방향은 맞지만…=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기는 힘들다고 본다. 최근 개최된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가 향후 주요 과제로 채택됐다. 중국이 수출해 무역흑자를 쌓고 미국은 빚을 내 수입하는 불균형이 장기간 이어지긴 힘들고, 이를 교정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 전체가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데 G20은 의견 일치를 봤다. 하지만 위안화 평가절상이 언제 시작될지에 대해선 누구도 자신 있게 전망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였던 미국은 지난해 9월 이후 중국의 협력을 적극 기대하면서 중국의 환율 정책을 관용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아시아 수출국을 겨냥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경고에서 알 수 있듯 더 이상 아시아 국가의 의도적인 환율 조작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29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리는 ‘제20차 미·중 통상무역위원회’를 주시하고 있다. 이어 11월 중순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첫 중국 방문 때도 통상 문제와 더불어 환율 정책이 이슈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의 절상 압력이 본격 재개되더라도 중국이 곧바로 미국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중국 측 분위기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중국은 4조 위안(약 700조원) 규모의 내수 부양 정책을 동원했지만 수출은 여전히 두 자릿수 감소 폭(3분기 -16.5%)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출산업은 고용 창출에 막대한 기여를 하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수출 회복에 유리한 환율 정책을 당장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직자가 급증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중국 정부와 지도자들은 가장 꺼린다. 다만 미국의 환율 압력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거나 예봉을 꺾기 위해 중국이 미·중 통상무역위원회와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소폭의 기술적인 절상으로 성의를 표시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KDI 이한규 박사는 “위안화 절상 문제는 경제 이슈라기보다는 정치 이슈이기 때문에 전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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