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 시민들에 다시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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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독립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독립문을 포함한 서대문독립공원이 단장을 마치고 28일 일반에게 공개된다. [강정현 기자]

독립문이 시민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27일 “그동안 통행이 제한된 독립문의 철책을 걷어내고 주변을 광장으로 새로 조성한 서대문 독립공원을 28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서대문 독립공원의 면적은 11만㎡로 서울시가 239억7000만원을 들여 지난해 3월 공사를 시작했다.

독립문은 1898년 6월 독립협회가 기금을 모아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건물이다. 중국으로부터의 자주 독립을 상징하는 뜻으로 중국 사신을 영접하던 영은문(迎恩門)을 헐고 서대문 네거리 한복판에 세웠다. 서울시 이충세 문화재과장은 "6·25 전쟁 직후 찍은 사진을 보면 돌로 입구를 막아놓은 모습이 보인다”며 "이전 기록은 알 수 없지만 이때부터 일반인 통행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다 1979년 성산대로가 들어서면서 원래 자리에서 북서쪽으로 70m 떨어진 곳으로 옮겨졌다. 그러나 철책으로 둘러 놓아 시민들이 다닐 수 없었다. 이번에 서울시가 주변의 상가와 건물 3800㎡를 매입해 공원에 편입했다. 공원을 새로 단장하면서 시민들이 독립문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됐다.

독립공원은 87년 11월 15일 서대문 형무소가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한 후 방치됐다 92년 8월 15일 독립공원으로 바뀌었다. 이때 3·1 독립선언 기념탑과 순국선열 추념탑을 세우고 독립관을 지어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해 위패 2855기를 모셨다. 그러나 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계단이 많아 어르신이나 어린이들이 다니기에 불편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공원을 새롭게 만들면서 계단을 없애고 보도를 정비했다. 비가 내리면 진흙탕으로 변하던 산책로도 황토 성분의 딱딱한 포장재와 화강석 판석으로 바꿨다. 정체성 논란을 일으킨 순국선열 추념탑 앞의 일본식 수경시설은 우리나라 전통 양식인 방지(사각형 연못)로 교체했다.

현대적인 요소도 가미했다. 독립문에서 3·1 독립선언 기념탑까지의 도로 좌우에 길이 39m, 폭 9.8m의 3단 계류(溪流)를 설치했다. 계류는 ‘거울 분수’라고도 불린다. 아래에 검은 돌이 깔려 있어 보는 사람의 얼굴이 물에 비치기 때문이다. 거울 분수 왼쪽 편으로는 큰 소나무 28그루를 새롭게 심었다. 여기에 조명을 달아 야간에도 소나무의 운치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서울시 최광빈 공원조성과장은 “독립공원은 연간 80여만 명이 다녀가는 역사 관광의 명소”라며 “외국인에겐 우리 민족의 독립정신을 널리 알리는 관광 명소로, 자라나는 청소년에겐 역사의 산 교육장이 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8일 열리는 준공식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기성 서울시의회 의장, 이성헌·정두언 국회의원,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이 참석한다. 오후 7시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축하 공연이 열린다. 안숙선 명창과 제자들이 판소리를, 성악가 김동규가 가곡을, 가수 김장훈이 콘서트 무대를 선보인다.

김경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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