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돋보이는 '옷사건'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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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주 중앙일보 지면은 급속히 안정을 회복해가는 느낌을 주었다. 정부와의 대립으로 야기된 '감정의 동요' 를 진정시키면서 언론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려는 모습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옷 로비 파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중앙일보는 다른 신문들에 비해 오히려 상대적으로 보수적이고 신중했다. 이러한 보도태도는 독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필수적이다.

더 이상 꼬일 수 없을 만큼 꼬여버린 정국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여론조사' 를 통해 정리한 22일 1면 머리기사는 다른 신문과의 차별성을 확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에 의한 여론의 반영이라는 점에서 기획력이 돋보이는 기사였다. 일부에서는 중앙일보의 자체 조사라 믿을 수 없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는 이미 수차례의 선거를 통해 신뢰성을 검증받았기 때문에 그러한 비판은 지나친 기우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정치면과 관련된 보도 및 해설, 그리고 논설기사도 모두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도 쟁점의 핵심을 꿰뚫으며 여론을 선도했다. 특히 기획물인 '위기관리 시스템이 없다' 는 옷 로비 파동의 실체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 전에 이미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었다.'박주선 비서관의 개입' 과 같은 문제점이 정부에 얼마나 치명적인 부담을 줄 수 있는지를 예고하고 있었다.

오피니언면 중 신복룡 교수의 시론(24일)과 권영빈 칼럼(26일)은 짝을 이루며 최근 정국의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서경원 사건 재수사' 에 따른 문제점을 깊이있게 지적했다.

김상택 화백의 만평 또한 기사에서 소화할 수 없는 국민감정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하게 긁어주었다고 본다. 나머지 지면에서도 최근 중앙일보는 눈에 띄는 기획작품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면 '세기를 넘어: 대결에서 대안으로' '지식인 지도가 바뀐다' '20세기 나의 송사' '밀레니엄 인터뷰' '시민의 힘' 등의 기획물은 일회성 선정주의에 빠지기 쉬운 대중매체가 스스로 탈바꿈하려는 적극적인 시도로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세기를 넘어' 는 대학과 언론의 기능이 최선의 결합을 한 언학(言學)협동의 대표적 성과물로 보인다. 26일 문화면의 '유교와 페미니즘의 화해' 에 관한 기사도 최근 학계에서 주목하는 주제를 시의적절하게 발굴한 유익한 보도였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중앙일보 지면에는 외면할 수 없는 몇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나타났다. 첫째, 이미 여러 번 지적된 것이기는 하지만 광고가 지나치게 많은데다 '전면' '돌출' '수직' 등 각종 기형적 광고로 인해 정론지로서의 품위를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라는 반론도 있을 수 있겠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중앙일보가 먼저 고치는 것이 '일등' 을 지향하는 신문의 도리다.

둘째, 이 또한 중앙일보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사회면이 지나치게 위축돼 있다. 전통적으로 신문의 꽃은 사회면이라고 했다. 그러나 요즘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사내에서 사회부는 이른바 '3D' 직종으로 평가받고 있고, 지면의 위치나 구성 그리고 그에 따른 열독률 등에서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편집 또한 이러한 사회면의 위기를 거들고 있다. 25일 사회면이 그 단적인 예가 된다. 어떻게 '김태정의 인생역정' 과 '백지연의 친자확인' 기사가 같은 비중일 수 있는가. 국가적으로 중요한 '공인의 경력' 과 인기있는 방송인의 '사생활' 을 같은 비중으로 처리하는 한 사회면의 문제점은 개선될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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