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하게' 다시 부르는 80년대 '건전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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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10년전까지 가수들은 자신의 음반에 '건전가요'란 관변 노래를 한곡씩 의무적으로 수록해야했다. 영화관에서 애국가가 연주되면 일어나야했던 풍경과 함께 대중문화에 국가논리가 강요됐던 어두운 시절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이 건전가요를 가수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음반에 집어넣어 이채를 띤다. 포크발라드 가수 유익종은 최근 낸 음반 '워스트' 의 15번째 마지막 트랙에 '어허야 둥기둥기' 를 직접 불러 넣었다. '나의 조국' 같은 군가풍 건전가요에 비해 가사내용에 관 냄새가 덜 나 가수들이 단골로 골랐던 건전가요다.

유익종은 이번에 편곡을 달리해서 피아노.코러스.캐스터네츠를 넣어 밝고 흥이 나게 연주했다. 그는 듀오 해바라기로 활동했던 80년대 이 노래를 연주해서 음반에 삽입했던 일도 있다. "사실 건전가요 중에서도 '음성' 있는 노래가 꽤 있다. 그러나 가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억지로 수록되면 그건 더이상 음악이 아니다. 우리 음반을 불구로 만들었던 건전가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자유롭게 내 스타일로 불러보았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과거를 알려주는 일이기도하다.

또 최근 데뷔음반을 낸 로큰랩밴드 힙포켓도 80년대 건전가요로 많이 쓰였던 '시장에 가면' 을 '마트에 가면' 으로 패러디했다. 내용은 절약과 시장윤리를 강조하는 원곡과는 상관없이 이 밴드가 바라는 아름다운 세상을 그리고 있다.

곡을 지은 리더 노병기는 "80년대 군사정권시절 LP음반 2면 마지막곡은 예외없이 이 노래가 실려 듣는 이를 짜증나게 만들었다" 며 "건전가요는 없어졌지만 그것으로 상징되는 억압적 현실은 형태를 바꿔 남아있다.

우리 데뷔음반에 수록된 11곡중 타이틀곡 '머리독' 을 비롯, 7곡이나 방송금지된 게 그 하나다. 이를 우회적으로 고발하려는 취지로 패러디를 해본 것" 이라 말했다. 가요계에선 "건전가요란 말은 대중음악이 불건전하고 질낮은 계도 대상이라는 권위적이고 비뚤어진 의식을 담고있었다" 며 "최근의 건전가요 패러디는 우리 문화의 어두운 과거사를 반추해보'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다짐하는 의미" 라고 해석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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