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팀' 내부 갈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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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옷로비 사건 특검팀 내부에서 수사 진행상황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최병모(崔炳模)특별검사와 핵심 수사진 사이에 갈등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검 수사팀 관계자들은 25일 오전 옷로비 관련 문건 전달자가 박주선(朴柱宣)청와대 법무비서관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를 계기로 심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수사 실무자들은 "수사과정에서 확인 안된 이야기를 추론이나 비약을 통해 언론에 흘리면 수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 며 "왜 특검이 말을 함부로 하는지 모르겠다" 고 崔특검을 겨냥했다.

이에 대응, 서둘러 기자회견을 자청한 崔특검은 그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사적인 자리에서 한 언론사 기자가 '사직동에서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느냐' 고 물어 원론적인 차원에서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을 뿐" 이라고 해명했다.

崔특검은 그러면서 회견 말미에 "자꾸 오해가 생기니 앞으론 입을 완전히 닫겠다" 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수사팀 내부에선 "崔특검이 수사과정에서 몇차례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빌미를 제공했다. 수사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닌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이야기하게 되면 수사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특히 부부장검사 출신인 양인석(梁仁錫)특별검사보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등 검찰 출신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중 파견 검사 2명은 "이런 상황이 시정되지 않으면 보따리를 싸겠다" 며 한때 사퇴의사까지 밝혔으나 梁특검보가 적극 만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수사를 총괄지휘하고 있는 梁특검보는 "崔특검은 순수한 분이다. 보안과 기밀을 생명으로 하는 검사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인 의견이나 추론 등이 있을 수 있으니 언론이 좀 도와달라" 며 완곡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우리는 색깔이 전혀 다른 사람들이 모여 힘들게 일하고 있다" 며 "실체적 진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데 뜻하지 않는 문제가 터지면 물러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고 말했다.

특검팀 주변에선 崔특검과 수사팀의 갈등이 문건 수사와 관련한 미묘한 시각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崔특검은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 문건의 출처와 유출경위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 는 입장인 반면 일부 수사팀은 "그 부분은 사실상 수사범위를 넘어선 것이며 의혹 해소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사직동팀 보고서로 추정되는 문건의 존재, 옷로비 주역 네 여인의 부분적인 위증 등 옷로비를 둘러싼 의혹의 일부를 해소하는 성과를 거둔 특검팀이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특검팀이 내부의 의견 차이를 극복하고 옷로비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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