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상자 2억'…줄줄이 엮인 의문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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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인천시장에게 뇌물을 주고 이권을 따내려는 업자의 짓일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안 시장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안 시장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꾸민 술책 같다. 안 시장이 자진 신고하지 않았나."

인천지방경찰청이 안 시장에게 전달된 출처를 알 수 없는 2억원이 든 굴비 상자의 전달자를 찾기 위해 1일 본격 수사에 착수하면서 2억원을 누가 왜 주었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시장이 뭉칫돈을 신고한 뒤 "2년 전 시장에 당선된 뒤 30여차례 금품 제공 제의가 있었다"면서도 이번 2억원 전달자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검은 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 시장에게 2억원을 건네주고 대형 사업 인.허가권 등을 따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안 시장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2억원을 투자(?)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라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굴비 상자를 전달한 사람은 안 시장 주변을 상세히 파악하고 안 시장 여동생에게 접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 시장과 여동생은 인천시 계양구 작전동 같은 아파트 6층과 3층에 살며 서로 왕래가 잦다.

안 시장은 부인이 장기간 병석에 누워있어 평소 여동생 집에서 아침과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안 시장 여동생이 가장 가까운 가족인 것으로 보고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1일 오후 안 시장 여동생이 출두하자 우선 문제의 굴비 상자를 받은 뒤 중국에 있는 안 시장과 통화했는지를 조사했다. 안 시장이나 여동생이 전달자를 알고 있었을 수도 있다는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또 인천시로부터 제출받은 굴비 상자(스티로폼)에서 발견된 지문 60여개 중 판독이 가능한 지문 40개를 채취해 전달자 신원 파악에 나섰다. 안 시장 여동생이 사는 아파트 경비원 근무일지와 CCTV 테이프 24개를 확보해 분석 작업 중이다. 이와 함께 100만원 단위로 묶인 현금 다발의 띠지에 찍힌 은행 직인을 토대로 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수사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겠다"고 말했다. 즉 수사진행 상황에 따라 안 시장을 소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안 시장이 시청 클린센터에 신고한 문제의 굴비 상자가 경찰에 제출되기 전 훼손된 채 쓰레기통에 버려져 인천시 관계자의 증거 은폐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클린센터의 업무처리상 현금계좌에 입금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경찰은 또 안 시장 여동생이 "안 시장과 이미 얘기가 돼 있다"는 전달자의 말에 덥석 상자를 받아 보관한 것도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안 시장 여동생을 상대로 그동안 다른 물건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정기환.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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