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美공군기지 주변마을, 전투기 굉음에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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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군산 미공군기지 비행기 활주로에서 5백여m 정도 떨어진 전북 군산시 옥서면 남수라 마을. 15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선 가축을 찾아 보기가 힘들다. 비행기 굉음에 놀란 소.돼지들이 날뛰며 우리를 뛰쳐나오거나 달구지를 끌고 달아나 버려 혼쭐 난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일찌감치 사육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귀를 찢는 폭음을 내며 비행기가 하루 5~20여차례 이륙하면 집이 통째로 흔들리는 듯 하다. 이 때문에 지붕 슬레이트는 대부분 금이 가 있다.

이 마을 임신부들은 일찌감치 타 지역 친정이나 친척집 등으로 떠나는 게 관례다. 비행기소음으로 인한 유산을 우려해서다.

주민 宋창식(62.어부)씨의 경우 "20여년 전 세살이던 둘째 아들이 비행기 소리에 놀라 경기가 들리더니 시름시름 앓다가는 10일만에 죽었다" 고 증언했다.

미 공군기지 주변 주민들이 극심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군산 미군기지 우리 땅 찾기 시민모임' 과 녹색연합이 지난 6개월간 군산시 옥서면 미군기지 주변 12개 마을의 소음을 측정한 결과 95dB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활주로와 가까운 남수라마을의 경우 비행기 이륙시의 소음이 최고 1백18dB이나 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이윤근(李允根.36)선임연구원은 "95dB서 4시간, 1백dB서 2시간 이상 노출되면 난청이 되고 심할 경우 혈압이 상승, 고혈압을 유발하고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 이현철(李炫哲.32)사무국장도 "국제공항기준으로 볼 때 소음위험도가 95(1백5dB)이상이면 이주대책을 세워주는 것이 관례" 라며 대책을 강조했다. 김포공항의 소음위험도는 60이다.

시민단체들은 " 미군측이 소음문제를 도외시한 채 늘 전시대비 비행훈련을 하는 것이 문제다. 우선 급한 대로 주변마을에 펜스를 설치하고 이중.삼중 창 등을 설치해야 한다 "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주민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할 방침이다. 또 군산시는 세금감면, 교육비지원 등 특별법을 마련해 주도록 정부에 요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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