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오현의 초등 영어 카운슬링⑫ 발음 때문에 발목 잡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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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초등학교 2학년이다. 영어유치원을 다니거나 외국에서 공부한 적은 없지만 학습지와 영어그림책으로 2년 정도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발음이나 억양이 잡혀있지 않고 영어로 말하는 것을 유난히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발음은 노력 여부에 따라 금세 좋아질수 있다. 많이 격려하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사사건건 틀린 부분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국에서 공부하거나 원어민을 많이 접한 경우 아이들의 발음은 자연스레 좋아 진다. 유아기나 초등학교 저학년의 아이들은 ‘모방’을 통해 언어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어민을 접하는 것과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급선무다. 영어그림책, 학습지 등 주로 ‘텍스트’ 위주의 영어 학습에 치중해 있는지 점검해보고 오디오 교재의 활용을 늘린다. 영어그림책에 딸린 오디오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려주고, DVD나 영어 방송을 자주 보게 한다. 소리가 재미있는 책을 외울 정도로 들으면서 따라 읽도록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Q 초등학교 5학년이다.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발음이나 억양이 괜찮았다. 하지만 요즘 아이가 영어책 읽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답답하다. 발음이 나빠졌을 뿐 아니라 웅얼웅얼 똑 부러지게 읽지 못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소리보다 문자 언어 학습에 비중을 두게 된다. 읽기나 듣기를 중요시 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는데다 학교 시험과 성적에 대한 부담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듣기, 쓰기, 말하기 영역에 대한 필요가 점점 커지고 있으므로 영어그림책을 크게 소리 내 읽는 등 소리 학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한 페이지 안에 모르는 단어가 10개를 넘지 않는 책을 골라 테이프를 반복해서 들려주고 매일 정해진 분량을 따라 읽게 한다. 단, 발음이나 억양이 원어민과 똑같지 않다고 해서 스트레스를 줄 필요는 없다. 똑 부러지는 정확한 발음으로 영어책을 읽는 수준이라면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매끄러운 발음보다 정확한 발음을
발음이 좋을 경우 영어 실력이 더 유창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발음과 억양이 반드시 영어 실력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발음이란 원어민처럼 완벽한 ‘r’, ‘v’, ‘f’발음을 구사하는 것이 아니다. 타인이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정확하고 깨끗한 발음이다.

물론 발음기호에 어긋나는 틀린 발음이나 엉성한 억양을 방치해선 안 된다. 조급한 마음에 곧바로 지적하면서 교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그보다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편이 좋다.

또 영어 발음의 기본적인 원칙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다. ‘r’과 ‘l’ 발음이 어떻게 다른지, 특정 음으로 인해 주변의 음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고 달라지는지 가르쳐야 한다. 원어민 선생님과 수업하거나 오디오 교재를 반복해 듣고 따라 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들은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므로 대개 금세 발음 개선이 된다.

억양도 중요하다. 원어민들의 대화에는 리드미컬한 흐름이 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원칙을 찾기 어렵지만 문장에서 의미를 전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단어들이 강조된다고 생각하면 쉽다. 매일 오디오 교재가 딸려 있는 영어 책을 반복해서 들려주고, 최대한 흉내 내며 따라 읽게 한다. 어려워하면 처음에는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정지해가며 따라 읽을 여유를 준다. 점차 읽는 속도가 빨라지면 몇 문장을 연이어 들려주고 한꺼번에 따라 읽도록 난이도를 높인다.

어느 정도 바르게 발음하게 되면 오디오 교재 없이 혼자 읽어보도록 하자. 단, 매일 읽을 분량을 정해줘야 한다. 눈으로만 읽고 입으로 소리 내는 것을 게을리 하면 감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읽은 내용을 녹음한 후 들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띄어 읽기, 부정확한 발음과 강세 등 잘못된 부분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경우 거울을 활용한 교정훈련을 권한다. 입 모양을 보면서 정확하게 발음하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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